머스크 리스크 여파… 테슬라의 주가 불운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트위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ATM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
“테슬라 이사회는 일어나야 합니다. 계획이 무엇인가요. 누가 테슬라를 이끌고 있죠. 일론이 언제 돌아온답니까?” (로스 거버 테슬라 투자자)
테슬라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테슬라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가장 큰 요인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테슬라의 분신으로 여겨지는 일론 머스크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60% 넘게 빠지며 시가총액은 4,9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머스크 CEO는 테슬라 주식 35억 달러을 추가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39억 달러를 매도한 데 이어 대규모 지분을 매각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 이로써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 비중은 어느 때보다도 낮아졌다는 평가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올 들어 테슬라 주가가 반 토막이 났지만 아직 싼값은 아니다”라며 “트위터 인수로 불거진 경영자 머스크의 주의 분산과 채무 부담, 정치적 논란 등이 테슬라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WSJ의 지적대로 올 들어 테슬라의 주가를 끌어내린 주된 요인은 ‘머스크 리스크’다. 트위터 인수 이후 머스크의 모든 행보가 테슬라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슬라 추락의 시작은 올 4월4일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 9.2%(7,348만주)를 보유하는 최대주주로 등극했다는 소식이었다. 애초에 그가 트위터 이사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전격 인수하겠다는 머스크의 발표에 시장은 요동쳤다. 4월4일 1,145.46달러를 기록했던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5% 넘게 빠진 뒤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후 트위터 인수 의사 철회와 트위터 측의 인수 강제 소송, 머스크의 철회 번복이라는 일련의 혼란스러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 조짐이 불거지고 기업들의 가치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인수 대금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점이 부각됐다. 여기에 돈줄이 마른 머스크가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매각 금액을 제외하고도 154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지분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CEO 리스크의 강력한 여파에 8월에 시행된 액면분할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시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가 목표 주가를 360달러로 설정했지만 테슬라 주가는 이후로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2020년 8월 당시 5대1 주식분할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테슬라에서 트위터로 흘러들어간 것은 자금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구조 조정 과정에서 50여 명 이상의 테슬라 직원들을 차출해 트위터 정상화 과정에 투입했다. 실비오 브루가다 테슬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총괄을 비롯해 상당수가 테슬라 핵심 부서인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부문 엔지니어들이다.
인력들의 대규모 파견으로 인해 지장이 생기는 곳은 테슬라다. 이를 두고 걱정하는 투자자들에게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트위터는 테슬라 주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투자자 거버는 “내가 원하는 것은 머스크가 (테슬라 본사가 있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꺼지고 있다는 점도 테슬라의 기업 성장성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하는 중국 수요 침체의 타격이 크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