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병목현상·근로자 파업 우려에 서부 항만 점유율 하락
세계 공급망 혼란과 중국산 제품의 수입 감소 등 영향으로 미국 물류의 중심이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동부 항구들로 옮겨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진단했다.
미국 태평양상선협회(PMSA)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항구의 지난 8월 수입 물동량은 작년 동월보다 16.9%나 감소해 '가장 바쁜 항구'라는 명성을 뉴욕과 뉴저지 항구에 빼앗겼다.
9월과 10월에도 LA항구의 수입 물동량은 각각 작년 동월보다 26.6%, 28.0% 감소했다.
미시간주립대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LA항과 롱비치항구가 취급한 컨테이너 화물의 점유율은 무게 기준으로 25%에 불과했는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미국의 생활용품 기업 뉴웰 브랜즈는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물류 센터를 열었고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드피치는 서부 항구의 병목현상을 피하려고 뉴욕과 뉴저지로 더 많은 상품을 이동시키고 있다.
서부 항구들의 물동량이 줄어드는 동안 동부의 뉴욕, 뉴저지뿐 아니라 조지아주 서배너,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등의 항구들이 반사 이익을 봤다.
이들은 모두 올해 들어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은 수입 물동량을 처리했다.
이처럼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물류의 중심이 이동하는 이유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화물 병목현상과 서해안 항구 근로자들의 파업에 대한 우려 등 때문이다.
그간 중국으로부터 수입량이 절대적으로 많았을 때는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 캘리포니아 항구가 선호됐고, 캘리포니아로 들어온 중국산 제품들은 철도와 육로를 통해 미국 곳곳으로 운송됐다.
미시간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3년까지 시애틀과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미국 서해안 항구들은 아시아에서 오는 컨테이너 수입량의 70%를 처리했고 대부분은 LA와 롱비치 항구를 경유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중국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2016년 파나마 운하를 확장하면서 서해안 항구의 점유율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미국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중국 외 다른 국가로 옮겼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물류의 동남부 이동을 더욱 가속했다.
거리두기로 인해 미국인들은 가정용품을 더 많이 주문했고 이는 캘리포니아 항구에서 물류가 적체되는 현상을 야기했다.
미국은 중국 대신 유럽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렸으며, 이에 따라 동부 해안 항구의 화물 처리 규모가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 미국 서해안 항구 근로자들의 파업 우려도 기업들이 수입 거점을 동부 해안으로 옮기는 데 일조했다.
지난 7월에는 캘리포니아주 물동량 3위 항구인 오클랜드항에서 트럭 운전사들의 도로 점거로 일부 게이트와 터미널이 폐쇄되기도 했다.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인 잉거솔랜드는 주로 LA나 롱비치 항을 통해 물품을 수입했으나 올해는 서부 해안 항구 근로자들의 파업 우려와 노동 협상 등의 문제로 수입품의 70%를 동부 해안 항구를 통해 들여오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 물류의 동·남부 항구로의 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톰 프랜스 잉거솔랜드 물류 담당 부사장은 서부 해안 항구 근로자들과 기업들의 노동 협상이 마무리돼도 소규모 물류만이 서부 해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배너 항구는 더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몇 년간 13억 달러(약 1조7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수입업자들이 화물을 해상 컨테이너에서 트레일러로 신속하게 옮길 수 있도록 30만 평방피트(2만7천870㎡) 규모의 창고를 지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