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역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나와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 국채금리의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릿저널(WSJ)은 29일 최근 국채금리 역전 현상을 경기침체의 예고가 아닌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은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 국채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는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보다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돈을 더 오래 빌려줄수록 만기 때까지 발생 가능한 리스크는 늘어나므로 더 높은 금리를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금리로 단기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다면 장기채권은 늘어난 수요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기존의 해석이었다.
지난 23일 미국 채권시장에선 4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에 장기물 국채 수요가 몰리면서 3.8% 아래에서 마감했고, 2년물 국채금리는 4.52% 근방에서 거래를 마쳤다.
장·단기물 금리 역전 폭은 76bp(1bp=0.01%포인트)로 1981년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981년 10월 당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섰던 연준의 기준금리는 19%였고, 결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다만 최근에 발생한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은 오히려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책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내후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2년물 국채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10년물 국채금리를 낮췄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체인 컬럼비아 트레드니들의 진 태누조 대표는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연준은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연준이 결국 승리하겠지만, 그때까지 단기적으로는 고금리를 견뎌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