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이 일반 제품과 다른 점이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큰 차이점은 한번 구입한 주택은‘반품’이 어렵다는 것. 아무리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도 전주인에게 다시 돌려주고 돈을 받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주인이 고의로 결함 사실을 숨긴 경우에도 소송 등 법적 절차를 거쳐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주택을 구입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주택 구입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나친 주택 시장 과열 현상 때문에 대부분 너무 성급하게 구입한 바이어들이다.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고우뱅킹레잇이 작년과 올해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 1,000명으로부터 주택 구입 후 가장 후회되는 점을 들어봤다.
‘반품’불가능한 주택, 구입 전 신중히 결정 해야
◇ 너무 비싸게 산 것 같아
올해 초만 해도 ‘웃돈 경쟁’이 판을 쳤다.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구입 오퍼를 써 내다보니 마치 경매하듯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는 집을 살 수 없었다. 주택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본격적인 집값 하락을 앞둔 요즘 ‘너무 비싸게 산 것’을 후회하는 바이어를 많이 볼 수 있다.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0%의 바이어는 과열 경쟁 분위기에 휩싸여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한 것을 후회했다. ‘웃돈 경쟁’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경쟁심을 자제하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구입 한도 금액을 미리 파악하고 이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할 때는 과감히 발을 빼야 한다.
◇ 관리비 장난 아니네
넓은 잔디 마당과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집을 샀는데 엄청난 관리비에 덜컥 겁을 먹기도 한다. 다달이 발생하는 관리비에 새로 구입한 집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후회와 함께 비용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이어도 많다. 바이어 중 약 25%는 관리비가 너무 많이 발생하는 집을 구입한 것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았는데 대부분 처음 집을 구입한 바이어가 많았다.
집을 구입하면 ‘오너’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주택 관리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따라온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살 때는 집에 문제가 발생하면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내 집을 장만한 뒤부터는 모든 수리를 직접 챙겨야 한다. 새로 지은 집을 사도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주택 구입 전 수리와 관리에 대비해 별도의 자금을 마련해두면 갑작스럽게 비용을 마련해야 할 일을 피할 수 있다. 결함 발생 시 적절한 수리를 제때 실시하지 못하면 더 큰 결함으로 발전해 막대한 수리비가 발생한다. 적어도 3개월~6개월 치에 해당하는 생활비를 별도의 현금으로 준비하고 있어야 수리 대비에 도움이 된다.
◇ 지긋지긋한 ‘픽서 어퍼’
고이자율, 고 주택가에 내 집 마련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그래서 바이어가 눈을 돌린 곳이 바로 ‘픽서 어퍼’(Fixer Upper) 매물이다. 픽서 어퍼는 당장 입주가 힘들 정도로 건물 상태가 형편없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매물이다. 픽서 어퍼 매물은 건물 상태가 불량한 점을 고려해 다른 매물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가격이 ‘싼’ 픽서 어퍼 매물을 ‘일단 사고 나중에 고치자’란 생각에 구입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바이어가 많다.
최근 2년간 내 집을 마련한 바이어 중 4명 중 1명(24%)은 픽서 어퍼 매물을 산 것을 가장 후회 한다고 고백했다. 고물가가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시기에 픽서 어퍼 매물 구입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리모델링과 수리에 필요한 자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크게 올라 예상보다 많은 수리비가 발생하기 쉽다. 직접 수리에 나설 생각에 픽서 어퍼 매물을 구입했다가는 매주 주말을 반납해야 하는 일을 각오해야 한다.
◇ 한 번이라도 직접 가볼 걸
‘직접 가보지 않고 어떻게 집을 살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겠지만 의외로 이런 바이어가 많다. 타주에 위치한 집을 구입하는 경우 매물 사진과 ‘가상 투어’ 등의 자료만 보고 구입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코로나 대유행 발생으로 매물을 보여주거나 오픈 하우스 등의 행위가 금지됐던 기간 집을 직접 볼 기회 없이 구입 결정을 내리는 사례도 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직접 가서 확인하지 않고 절대로 집을 구입하지 말라’고 한결같이 조언하는 데 조언을 무시했다고 후회한 바이어도 17%에 달했다. 사진에서 본 집과 직접 가서 본 집에는 항상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진에서 넓어 보이던 공간이 직접 가서 보니 매우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 크기가 구조, 느낌 등이 다른 것도 문제지만 사진을 통해 확인 불가능한 결함이 발견되면 후회로 이어지기 쉽다. 직접 가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동산 에이전트나 가까운 지인에게 대신 방문을 요청해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동네가 좀 이상해
주택이 위치한 지역 조건이 주택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같은 조건의 주택도 위치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또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지 않는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매물의 겉모습만 따지다가 불편한 동네에 이사하게 된 것을 후회하는 바이어는 15%에 달했다.
낮에는 평온했던 동네 분위기가 밤만 되면 범죄 발생이 우려될 정도로 음산해지는 것을 집을 구입한 뒤에야 느낀 바이어도 있다. 또 어떤 바이어는 매일 저녁 집 앞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주차 공간을 찾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낮에만 집을 보러 가서 생긴 일들로 낮, 밤,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방문해 동네 분위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인터넷을 통해 지역 범죄율 등의 정보도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물 겉모습만 보지 말고 위치 등 입지 조건, 전망 등 변경이 불가능한 요인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옆집 사람 왜 이렇게 시끄러워
이사하기 전까지 옆집 이웃을 만나게 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이미 이사한 후에 옆집 이웃이 주말마다 시끄러운 파티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미 늦다. 약 15%에 해당하는 바이어는 집을 구입하기 전 이웃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집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다음에는 어떤 이웃이 사는지 확인해야 할 차례다. 셀러를 통해 이웃 주민 성향에 대해 물어본다. 집을 보러 갔을 때 이웃의 집 관리 상태만 살펴도 이웃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웃 주민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여러 시간대에 동네를 방문해 소음 정도나 주차 상황 등을 파악해볼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