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태블릿 먼저 도전
애플이 2년 안에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태블릿PC인 아이패드가 접을 수 있는 첫 번째 애플 기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폴더블 아이패드를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본 뒤, 아이폰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강자인 애플이 참전하면, 현재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CCS 인사이트는 17일 발간한 테크업계 예측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2024년에 폴더블 아이패드를 출시할 가능성이 크고, 조만간 이를 위한 기술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폴더블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먼저 출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벤 우드 수석 연구원은 “폴더블 아이폰은 애플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풀이했다. 구체적으로 ▲폴더블 아이폰은 가격이 너무 비싸질 수밖에 없고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매출 절반을 아이폰으로 벌어들이는 애플에 너무 큰 타격이 된다고 분석했다.
CSS 인사이트는 폴더블 아이폰의 적정 가격을 2,500달러로 예측했는데, 현재 최고가 아이폰인 1테라바이트(TB)짜리 아이폰14 프로 맥스(1,599달러)에 비해 900달러나 비싸다. 폴더블폰은 접히는 디스플레이 등 고가 부품이 필요해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데다, 기존 아이폰과 겹치지 않는 새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가격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4세대까지 내놓는 동안, 애플은 폴더블 제품 출시에 거리를 뒀다. 그러나 폴더블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는 기미가 보이자, 더는 출시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1,890만 대로 2020년(230만 대)보다 8배가량 커지고, 2025년이면 7,5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애플의 폴더블 시장 가세는 삼성전자엔 위협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립하고 있지만,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애플이 뛰어들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의 가세로 폴더블 시장의 전체 규모가 커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