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아이오닉5 판매량 2월 이후 최악 기록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풍이 본격적으로 한국 자동차 브랜드를 덮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의 미국 시장 8월 판매량이 감소한 것인데 향후 추가 하락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4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의 판매량은 1,516대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가 해당 모델 출시를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다. 아이오닉5는 판매 초기인 2월 2,555대를 기록한후 3월 2,700대로 상승했고 이후 6월에는 2,853대로 최고치를 찍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마찬가지로 기아의 대표 전기차 EV6도 8월 판매량이 1,840대로 부진했다.
EV6의 경우 지난 3월 판매량이 3,156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끈 이력이 있다. 아이오닉5와 EV6는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로 각각 현대차와 기아의 EV 전략을 대표하는 차량이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부진한 것은 IRA 여파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8월 중순 IRA를 발효시켰는데 신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해당 법안은 국외 생산을 이유로 현대차·기아 차량을 혜택에서 제외시켰다.
전기차 시장은 비싼 차량 가격을 고려시 지원금을 받는 브랜드의 판매량은 늘고 제외된 브랜드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법의 효력은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의 공급난 상황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차량 구입·인도 과정에서 보조금 수령이 불투명해져 현대차·기아 판매에 바로 악재가 됐다.
자동차 판매 일선에서도 아이오닉5와 EV6의 인기가 한 풀 꺾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플로리다의 앤드루 디포에 딜러는 “모든 조건이 똑같은 상황에서 7,500달러 지원을 못 받는 차를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새차를 알아보는 소비자들은 이미 보조금 제외 전기차를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긴 주행거리를 무기로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렸는데 가장 큰 난관을 만난 것이다.
연말로 갈수록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 부진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가 마진 감소를 각오하고 차량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못 받지만 그만큼 차량 가격을 더 떨어뜨려서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 현대차는 예정된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을 서두르고 기아 역시 미국 내 EV 생산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