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공화당 지지자 트럼프 옹호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이후, 수사 적절성을 두고 미 여론이 진보와 보수로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트럼프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간첩’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층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기부하며 똘똘 뭉치고 있다. 압수수색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된‘영장 진술서’ 공개도 여론을 뒤흔들 주요 변수다.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정치, 표적 수사 논란에 휩싸이면 미 법무부와 FBI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 보수 절반 이상 “FBI 수사 무책임”
18일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 54%는 법무부와 FBI의 트럼프 전 대통령 압수수색이 ‘무책임하다’고 답했다. 당국의 결정을 지지한 사람은 23%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 10명 가운데 7명(71%)은 FBI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지지 정당에 따라 의견이 뚜렷이 갈린 것이다.
한 차례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최근 현지 매체들은 연일 ‘FBI 압수수색 적절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 중인데, 거의 모든 응답에서 공화당 지지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당 또는 무소속 지지자들은 FBI를 옹호하며 분열 양상을 보인다.
FBI는 8일 기밀 문건 반출 혐의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11건의 기밀 문건을 확보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첩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간첩’으로 기소될 가능성도 커졌지만, 지지층 절반 이상은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셈이다.
미 헌정사상 최초의 전직 대통령 수사는 역설적으로 보수 결집의 계기가 됐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정치자금을 보내는 등 ‘트럼프 구하기’ 행동에 나섰다. 이날 영국 더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애국 시민이 일어나 트럼프 보호 기금을 활성화해주길 바란다’는 이메일을 보냈다”며 “(트럼프 측이) 최소 이틀간 하루 100만 달러씩 기부금을 쓸어 담았다”고 보도했다.
■ ‘영장 진술서’로 압수수색 2라운드?
이날 마이애미 연방법원이 법무부에 압수수색 영장 근거로 제시된 진술서를 공개할 것을 지시하면서 수사를 둘러싼 공방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이 진술서에는 수사당국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적시돼 있다. 법원은 이 진술서를 받고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브루스 라인하트 연방법원 판사는 “법무부는 진술서가 계속해서 봉인돼야 하는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25일까지 민감한 정보를 가려 편집한 뒤 제출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일부 언론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근거가 된 진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법무부는 “진술서 공개는 수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법무부 측 제이 브랫 검사는 해당 문서가 공개될 경우 향후 수사 방향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 증인과 FBI 요원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에 반해 법원에 진술서 공개를 요청한 언론 대리인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공익 문제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례인 만큼 ‘절차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세부 사항을 알려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수사당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공개하면서도 구체적 배경을 설명하지 않은 만큼, 진술서 내용이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