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한인 이민자 54차례 칼에 찔려
보안요원 자넷 윌리엄스 유력 용의자
애틀랜타 벅헤드의 한 노인 아파트에서 90세 한인 김춘기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보안요원의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법정에서는 목격자의 오열과 충격적인 증거들이 쏟아졌다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이 25일 보도했다.
사건 발생 16개월 만인 지난 화요일 오후, 풀턴 카운티 법정에서 김 씨의 전직 간병인 세실리아 남 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자넷 윌리엄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섭다"는 말을 반복했다. 남 씨는 한국어 통역사 오재찬 씨 옆에서 증언하던 중 감받쳐 오열하며 약 5분간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남 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2025년 9월 24일 오후 김 씨의 5층 아파트를 떠났다가 다음 날 아침 다시 방문했다. 평소 잠겨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간 남 씨는 주방에서 숨져 있는 김 씨를 발견했다. 은퇴한 구두 수선공이었던 김 씨는 무려 54차례나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약 두 달간 주 5일 김 씨를 돌봤던 남 씨는 즉시 아래층으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로비 CCTV에는 남 씨가 팔을 휘두르며 보안요원들에게 알리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때 가장 먼저 그녀를 안내하며 올라간 보안요원이 바로 피고인 윌리엄스였다.
수사 결과 윌리엄스의 수상한 행적들이 드러났다. 그녀는 사건 직후 주민들에게 살인 사건을 알리는 전단지를 배포하면서도 수사관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경찰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10월 3일 디캘브 카운티에 있는 그녀의 자택을 수색해 범행 당일 입었던 의복을 증거로 확보했으며, 일주일 뒤 그녀를 체포했다.
윌리엄스의 변호인 제니 루빈스키는 법정에서 아파트 내부에서 피고인의 지문이나 DNA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김 씨의 DNA 역시 피고인의 소지품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아파트에서 사라진 것은 지갑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모자뿐이었다. 경찰은 아직 명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 못했다. 윌리엄스는 평소 친절한 인물로 묘사됐으나,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1990년대에 절도 및 폭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검찰이 제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김 씨는 9월 24일 정오에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오후 3시 15분경, 윌리엄스가 어두운색 보안요원 제복과 마스크, 안경을 착용하고 붉은색 '엑스피니티(Xfinity)' 식료품 가방을 든 채 5층으로 향했다. 6분 후 다시 엘리베이터에 탄 그녀는 안경과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으며, 바지 다리 부분은 찢어지고 붉은 얼룩으로 젖어 있었다. 영장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왼손 등과 바지를 살피며 스트레스를 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톰 와이트 검사는 모두 진술에서 GBI(조지아 수사국) 과학자들이 식료품 가방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해 증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변호인 측은 해당 혈흔이 윌리엄스의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제3자의 혈흔도 섞여 있다고 반박하며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스는 체포 후 다리에 입은 심한 상처에 대해 차고 문에 다쳤다고 주장하며 치료를 거부했으며, 2024년 11월 6일에는 풀턴 교도소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윌리엄스는 도주 및 재범 우려로 두 차례 보석이 거부됐으나, 지난 6월 세 번째 대체 판사에 의해 보석이 허가되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애틀랜타 주택청 소유의 이 아파트는 240세대 규모로 37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정작 각 세대 출입을 확인할 수 있는 복도에는 카메라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한국에서 이민 와 30년 가까이 이 아파트에 거주해온 김 씨의 참변에 주민들은 밤마다 문을 잠그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이번 재판에는 아파트 매니저, 검의관, GBI 수사관 등 약 6명의 증인이 추가로 출석할 예정이다. 박요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