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에 호프 19.7%·한미 8.3% 늘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인 은행들의 정기예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해 한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맸을 뿐만 아니라 자산 시장 급냉에 안전자산 수요도 커진 결과로 분석된다.
3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한인 선두은행 뱅크오브호프의 정기예금 계좌 규모는 총 28억 2,62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인 1분기(23억6,035만달러)와 비교해 19.7% 증가한 것이다. 한미은행의 경우에도 이 기간 정기예금이 늘었다. 2분기 총 규모는 9억7,088만달러로, 1분기(8억9,657만달러)보다 8.3% 증가했다. 정기예금은 12개월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을 포함한다.
주요 한인 은행들의 정기 예금고가 증가한 것은 경기침체 여파로 분석된다. 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자 한인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다수 한인들이 미래 리스크를 우려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특히 한인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한인들의 경우 비교적 보수적으로 자산 운영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선제적으로 가계에서 긴축 재정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산 시장 급냉도 정기 예금의 인기를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역대급 하락장이 나타난 증시가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 대한 우려는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안정적으로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예금을 선호하는 한인들이 많아진것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쓰지 않고 모아놓은 현금이 최근 들어 정기 예금 수요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소액 정기예금이 늘었다는 점이다. FDIC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뱅크오브호프의 10만 달러 이하 정기예금 계좌의 총액은 10억1,184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4억5,721만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신규 예금 수요가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만큼 최근 들어 한인들이 자산 배분 전략을 바꿨다는 의미다.
다만 한인 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율은 매우 낮아 자산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이 기준 금리를 최대 2.25%까지 올렸지만 한인 은행들의 CD 이자율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팬데믹 기간 고객들이 쌓아놓은 자산이 뭉칫돈으로 남아 있어 금리를 올릴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인 은행들의 경우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별로 일정 수준 이자율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비교하고 상품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