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34.6% 늘어 3천500만장 육박…팬데믹 이후 폭발적 성장세 유지
BTS 452만장으로 1위…100만장 이상 판매 가수 8개팀 달해
해외 팬덤 비중 나날이 증가세…"하반기도 호황 계속될 듯"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판매량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K팝 한류 전성시대'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춰 섰던 공연이 재개됐는데도 음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하반기에도 K팝 시장의 호황을 기대하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 또다시 껑충 뛴 음반 판매고…BTS·세븐틴 주도
17일 써클차트(옛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물 음반 판매량은 톱 400(1∼400위 합산) 기준 3천494만7천247장으로 3천500만장에 육박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6%나 증가한 것으로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최근 연도별 상반기 음반 판매량을 보면 2018년 1천48만장에서 2019년 1천293만장으로 늘더니 2020년 1천836만장, 지난해 2천596만장 등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 음반 판매량을 가수별로 살펴보면 방탄소년단(BTS)이 452만3천749장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NCT 드림 398만2천696장, 세븐틴 272만858장,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10만4천740장, 스트레이 키즈 207만2천689장, 임영웅 114만2천727장 등이 뒤따랐다.
단일 음반 판매량 부문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앤솔러지(선집) 앨범 '프루프'(Proof)가 295만7천410장으로 300만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정상을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이 신보 외에도 '비'(BE), '버터'(Butter) 등 다양한 구보 17종을 꾸준히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음반은 세븐틴의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Face the Sun)으로 237만3천52장을 기록했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상반기 앨범 판매량 100만장을 넘긴 가수는 총 8팀"이라며 "전년 동기에 NCT 드림, 방탄소년단, 세븐틴, 엑소, 백현 등 5팀이었던 것에 비해 세 팀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판매량 세부 내역 보니…해외 팬이 '큰손' 됐다
이 같은 K팝 음반 호황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대 해외 팬덤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써클차트는 이달 차트 개편으로 '리테일(소매) 앨범 차트'에서는 국내와 해외 판매량을 각각 구분해 공표하는데, 여기서 해외 팬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븐틴은(이하 써클차트 리테일 앨범 차트 기준) 정규 4집 '페이스 더 선'을 발매일인 지난 5월 27일에만 140만장 넘게 팔아치우는 저력을 과시했는데, 이날 판매량 가운데 73.1%인 103만1천980장이 해외에서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또 NCT 드림의 정규 2집 '글리치 모드'(Glitch Mode) 역시 발매 첫날인 3월 28일 판매량 가운데 95.4%인 74만522장이 해외에서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해외 인기 덕에 올해 상반기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는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4위), 트와이스 나연(7위) 등이 잇따라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인기의 또 다른 척도로 꼽히는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는 해외 팬 의존도가 더욱 높다.
특히 태국을 위시한 동남아 팬의 경우 유튜브나 SNS를 통해 표출하는 열정이 미국, 일본, 중국 시장 팬들 못지않게 뜨겁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유튜브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년간 방탄소년단 유튜브 영상의 조회 수가 높은 국가 상위 10개국 안에 절반인 5개가 인도(2위), 인도네시아(5위), 필리핀(7위), 태국(9위), 베트남(10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요계에서는 화제성을 높이고자 신인 그룹을 결성할 때 중국과 일본이 아닌 동남아시아 지역 출신 멤버를 넣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해외서 K팝은 이미 '주류'…하반기도 '장밋빛' 전망
가요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례 없는 호황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이 당당히 하나의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이 중단되면서 K팝 음반 산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렸다는 분석이 나오곤 했는데, 올해 상반기 글로벌 엔데믹 분위기에서도 호황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K팝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방탄소년단(BTS)이 K팝 시장을 한 10배 정도 키워놨다고 하면, 그 낙수효과로 다른 후발 주자 그룹들도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K팝 시장이 조명을 받아서 특정 아티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K팝 수요의 전체 총량이 늘었고 가수들 역량도 상향 평준화됐다"고 강조했다.
한 유명 아이돌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 K팝이 일부 팬들이 좋아하는 '마니아 문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주류로서 그 저변이 넓어진 게 사실"이라며 "미국 빌보드 차트에 우리 가수들이 진입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이에 앨범 판매량이 좋아지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짚었다.
또 "옛날에는 우리가 해외에 진출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겠다고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는데 지금은 해외에서 먼저 프로젝트 의뢰가 더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단독 콘서트 말고도 현지 방송사 주최 같은 합동 공연 제의도 엄청나게 들어와서 대부분 들어주지 못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 같은 호황은 올해 하반기는 물론이고 당분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