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면 늘어야 육체·정신 건강 확보 가능”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미션 산호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시카 다골루 학생은 8월 가을 신학기 개학을 기다리고 있다. 한시카는 AP통신에 “흥분된다.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전 8시까지 학교에 가기 위해 7시 전 침대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등교 시간을 늦추는 법이 곧 시행된다고 AP가 지난달 30일보도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수업을 시작할 수 없고 중학교는 오전 8시로 제한됐다. 2019년 통과된 ‘전국최초법’ 덕분이다.
이 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10대의 경우 정신이 조금 더 맑을 때 학업도 더 잘할 수 있다. (잠을 더 많이 자야) 자살률과 10대 교통사고 감소, 육체와 정신건강 개선 같은 부가 효과도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 통과를 이끈 ‘등교 늦게 하기(Start School Later)’ 그룹 조이 웨이크씨는 AP에 “우리는 (등교 시간 관련) 공공정책 때문에 10대가 가장 잠이 부족한 세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전국교육통계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7~2018학년도 기준 미 전역의 고교 평균 등교 시간은 오전 8시였지만 42%의 학교가 그 이전에 수업을 시작했다. 특히 10%의 학교는 오전 7시 30분 이전에 학업이 시작됐다.
AP는 “과학자들은 ‘청소년의 경우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다른 세대보다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전 등교 시간은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중고교의 경우 오전 8시 30분 이후 수업 개시를 권고하고 있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18세 청소년에게 하룻밤 8~10시간의 수면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등교 시간 변경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스쿨버스 노선이나 방과 후 수업 일정을 바꾸게 되면 기존 학교 수업과 출퇴근 시간표에 따라 만들어진 가족의 일과가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변화가 노동자 계층 가정과 한 부모 가정 학생에게 더 피해를 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영리단체 ‘칼 매터즈’는 2019년에 낸 의견서에서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일부 가정은 (등교 시간 변화에)쉽게 적응할 수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부모들은 업무 시작을 늦추는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라고 썼다고 AP는 전했다.
등교 시간을 늦추는 법안은 미국 22개 주에서 발의됐다. 뉴저지와 매사추세츠에도 유사한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뉴저지주 법안에는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는 청소년은 학업성취도가 저조할 뿐 아니라 과체중, 음주, 흡연, 마약 사용 등 여러 건강상 위험에 직면한다”라는 내용도 들어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