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개솔린 가격이 3주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등하던 개솔린 가격이 한풀 꺾이면서 조금씩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두 달 만에 100달러를 밑돌고 있고 개솔린 비축량도 늘어나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개솔린 가격의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솔린 가격은 여전히 예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인 데다 반등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어 개솔린 가격의 진정세를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4.779달러로 전날에 비해 2.1센트 하락했다. 전국 개솔린 가격은 22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갤런당 23.7센트가 떨어졌다. 22일 연속 감소세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최장 기간 동안의 하락세다.
미국 개솔린 가격은 지난달 폭등세를 보였다. 전국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넘었고 캘리포니아 주는 6.40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내 일부 지역의 경우 개솔린 가격이 갤런당 10달러를 돌파한 곳도 나타났었다.
지난달 정점을 치고 난 뒤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2일간 연속 개솔린 가격이 감소하자 과열됐던 분위기가 이제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2%(8.93달러) 떨어진 99.5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5월11일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가 붕괴됐다. 원유뿐 아니라 개솔린 선물 가격도 급락해 이날 9.7%의 하락세를 보였다. WTI 원유가는 이어 6일에도 약간 더 하락해 전장보다 97센트(0.97%) 내린 배럴당 98.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와 개솔린 선물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공행진하는 개솔린 가격이 정점을 찍고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개솔린 비축분도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개솔린 비축량은 지난 2주 동안에 걸쳐 400만배럴 넘게 늘었다”며 “평소 개솔린 비축량이 줄어드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례적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개솔린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요 정유사가 최대로 시설을 가동하는 상황에서 개솔린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솔린 가격 하락세의 원인으로 수요 감소가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41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며 지갑을 닫고 있다. 개솔린 소비도 2020년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간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개솔린 가격의 하락이라기 보다는 수요 감소에 따른 하락으로 경기침체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