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의회조사국 보고서 “고물가에 연착륙 가능성 드물어” 6월 제조업지수 시장 예상치 하회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double dip·이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연방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가 나왔다. 과거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했던 때와 달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지금은 경착륙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CRS의 분석이다.
지난 2일 CRS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연착륙·경착륙·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중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으로 최근 나온 CRS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빠르게 없애려면 실업률이 높아지게 된다”며 “이 경우의 연착륙은 드물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1965년과 1984년, 1994년에 통화 긴축 이후 경기 연착륙에 성공한 적이 있다. 연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플러스 성장 속에 실업률이 소폭 오르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앞서 이들 시기를 거론하며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편 바 있다.
이는 2023년 물가 상승률이 2.6%로 떨어지고 실업률도 4% 아래로 유지될 것이라는 연준 지도부의 경제 전망에도 반영돼 있다는 게 CRS 설명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까지만 해도 강력한 노동시장 상황을 근거로 ‘다소 부드러운 착륙(softish landing)’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지속됐고, 파월 의장도 지난달 22일 “그것(경기후퇴)은 확실히 하나의 가능성”이라면서 경기후퇴를 일으킬 의도는 없지만 “그 가능성이 존재하며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한 상태다.
하지만 1965년과 1994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낮았고 상대적으로 물가가 높았던 1984년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5% 아래였다고 CRS는 지적했다. 5월 PCE가 전년 비 6.3%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에 달한 현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CRS는 “필연적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 후퇴는 장기간의 금리 인상 후에 일어났다”며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더 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높은 물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5월 개인소비지출이 전월 비 0.2% 증가에 그쳤고 물가를 고려한 지출 규모는 -0.4%로 올 들어 첫 마이너스였다. 제조업도 좋지 않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으로 전달(56.1)과 시장 예상치(54.3)를 모두 밑돌았다.
이렇다 보니 경제 전망치는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거시경제 모델로 산출한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까지 떨어졌다. 1분기 미국 경제가 -1.6% 역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침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침체기에서 회복됐던 경기가 다시 고꾸라지는 더블딥에 빠지게 된다.
CRS는 “더블딥이 현실화할 경우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났던 1980년대 초 이후 약 40년 만”이라고 전했다. 당시에도 7%가 넘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19% 수준으로 올려 침체가 발생했다.
CRS는 향후 미국의 정책 방향과 관련,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는 게 중요하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필요한 만큼 금리를 올릴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연준이 경착륙 우려 때문에 금리를 신속히 올리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