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밝혀
미국 경제가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로 곧 침체에 빠질 것이란 관측을 놓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이 28일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연준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는 내 ‘베이스 케이스’(가장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가정을 사용한 모델에서 예상되는 결과)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경제는 강력하고, 금융 여건은 더욱 엄격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1.5%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올해 성장은 작년과 비교해 꽤 많이 느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것은 경기침체가 아니다.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경기둔화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윌리엄스 총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5∼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논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3∼3.5%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말 기준금리가 3.5∼4.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선 “지금으로서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예측”이라며 동의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이러한 시각과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우리가 이미 경기침체 상태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재고 문제가 크다. 내 45년 경력에서 이렇게 재고가 많이 늘어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우드 CEO는 공급망 차질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였지만, 이는 또한 우리에게 디플레이션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초부터 맨 먼저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와 만나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정책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동의했다고 WSJ이 전날 보도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일종의 장기적 침체(secular stagnation)로 돌아갈 가능성이 60대 40”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된 후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지속된 구조적 저성장 시대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축 증가, 경제위기 후 불확실성 증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자본재 비용 인하 등을 그 이유로 지목한 서머스 전 장관은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3%를 겨우 넘는 상황에서도 경기침체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6월 미 소비자신뢰지수는 98.7로 전월(103.2)보다 크게 하락한 것은 물론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금리 상승으로 미국인들이 미래를 비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국제결제은행(BIS)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제성장을 상당히 훼손시키더라도 정책금리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BIS는 연례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지 않으면 세계가 1970년대식의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70곳이 최근 기준금리를 올렸고, 연준을 비롯한 30여곳은 0.75%포인트 이상 인상했으나 이런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BIS는 설령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후퇴 속 물가 상승)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실질금리 측면에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