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으로 주택융자 서비스 너도나도 도입
한인 은행들이 금리 인상으로 침체에 빠진 모기지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역발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CRE)과 SBA 융자에 집중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기 위한 것인데 모기지 시장이 비은행업체들의 참여로 무한경쟁이 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남가주에 기반을 둔 6개 한인 은행(뱅크오브호프,한미은행,퍼시틱시티뱅크,CBB,오픈뱅크,US메트로은행)은 올해 들어 모기지 대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날 열린 US메트로은행 주주총회에서 김동일 행장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주택융자 프로그램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은행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아메리카은행이 부동산정보온라인서비스 기업 코리니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처럼 IT기업과 협력하거나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모기지 대출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인 은행들이 모기지 대출에 역점을 두는 것은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한인 은행들은 그동안 CRE 대출과 SBA 융자에 집중해 높은 성장세를 이뤄왔는데 이러한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 특히 SBA 대출의 경우 팬데믹 완화 국면에서 연방 중소기업청(SBA)이 각종 혜택을 종료하고 있어서 미래 시장이 어둡다. 또한 현실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소규모 비즈니스 업체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CRE 대출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한인 은행들이 집중하는 모기지 시장도 현재 냉각기라는 점이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30년 모기지 이자율이 6%에 달할 정도로 치솟아 신규 대출 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주류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자사 모기지 담당 직원 수백명을 정리 해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은행들이 모기지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미래 시장 개척을 위한 것이다. 당분간 주택 시장이 침체할 수 있지만 경제 흐름이 바뀌면 모기지 상품이 대출 시장의 대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인 은행들의 모기지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일 것으로 분석된다. 모기지 대출 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격이 크게 변하면서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기업 외에 다수의 IT 기반 기업들이 출현해 무한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
한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주택 융자가 대세인 상황에서 IT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모기지 시장에서 매우 중요해졌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은행 내부 인력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무 협약이나 M&A가 필수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