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기준금리 인상 폭탄에 흔들리는 주택시장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낮아지고, 모기지 금리가 다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5일 기준금리의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 후 기자회견에서 주택 구매에 나서려는 미국인들에게 던진 경고다. 이같은 ‘폭탄성 발언’ 한 마디에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괜찮다”는 낙관론도 많많치 않아 엇갈리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자 모기지 금리가 6%대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모기지 수요가 급감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인력난과 치솟는 원자재 비용으로 신규 주택 공급은 줄고 부동산 업체들이 연이어 직원 감원에 나서는 등 주택시장이 둔화되는 조짐에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재연이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인 부동산 업계도 이같은 불확실성의 여파에 예외는 아니다. 연준의 추가 자이언트 스텝이 나오게 되면 모기지 급등과 함께 시장의 냉각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모기지 급등에 수요 급감
지난 16일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5.78%로 전주 대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8년1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의 경우 올해 들어 16일까지 2.76%포인트나 급등했다. 프레디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촉의 상승세다.
모기지 금리 급등세가 지속되자 모기지 수요는 곤두박질쳤다. 이번 달 첫 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6.5% 감소해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마이크 프랜탄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 흐름이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 한 달 주택 시장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며 “올 여름 시즌 주택 시장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찬바람’ 부는 관련 업계
기준금리 상승은 주택 시장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력난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주택 시장의 호황세가 끝나갈 조짐을 보이자 신규 주택 착공을 꺼리고 있다. 16일 연방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주택 건설은 전월 대비 14.4% 감소했다. 연율 기준으로 155만채가 줄어든 것이다. 신규 주택 건축허가도 7% 감소해 연율 기준으로 170만채로 하락했다. 15일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주택건설지수는67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으로 주택 거래가 줄면서 부동산 업체들이 줄줄이 감원에 나서고 있다. ‘컴퍼스’는 공시를 통해 전체 인력의 약 10%를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레드핀’ 역시 6%의 직원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더 민감한 한인 주택 시장
한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인해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줄어들면서 주택 매매가 감소하는 등 냉각 조짐이 있겠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주택 시장이 무너지는 일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각종 모기지 관련 지원책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주택 가치가 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자이언트 스텝이 이어지면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의 냉각 현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는 “기준금리 추가 상승이 큰 폭으로 단행된다면 한인 주택 시장은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한인 주택의 리스팅 가격 급락에 주택 매물이 늘어나는 등 냉각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인 주택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하반기 시장 전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 조나단 박 회장은 “1~2개월로 변하는 한인 주택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해 8월 정도 되어야 연말 시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렌트비 강세로 모기지가 더 오르기 전에 주택 구매에 나서는 수요는 여전히 존재해 9월까지 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