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조례안 통과… 한인 식당들 ‘초긴장’
“불맛 없는 코리안 바비큐 생각할 수도 없다”
신축되는 건물에 개스 그릴 설치를 금지하는 LA시 조례안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면서 한국식 바비큐 중심의 한식당과 중식당들이 우려 속에 기존 상가 건물들로의 적용 대상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맛이 생명’인 한식당과 중식당에서 개스 그릴 사용 금지로 인해 기존 조리법을 완전히 버려야 하는 데다 전기 그릴에 따른 교체 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이번 조례안이 실시되면 한식당과 중식당에게는 직격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LA타임스(LAT)는 LA 시의회가 통과시킨 개스 그릴 사용 금지 조례안이 직화 조리에 의존하고 있는 한식당과 중식당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LA 시의회는 지난달 29일 새로 건축되는 주택과 상업용 건물에 개스 그릴 설치를 금지하고 전기 그릴로 교체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조례안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조치에 따른 것이다.
조례안의 통과로 내년부터 신규 상업용 건물에 입주하는 식당부터 전기 그릴로 조리를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기존 식당이라고 이 조례안의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적용 방식과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연말까지 LA 시당국이 시행 세부 규칙을 만들어 LA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LAT는 “이번 조례안은 적용의 시기 문제만을 남겨 놓았을 뿐 실시 자체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번 조례안이 기존 건물들에도 적용될 경우 당장 피해를 보게 되는 곳이 바비큐 한식당들이 될 수밖에 없다. 개스 그릴 사용을 못하게 되면 기존의 맛과 향을 낼 수 없고 조리 속도도 현저히 감소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인타운 내 한 한식당 업주는 “식탁용 개스 그릴은 한국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불에 굽는 고기와 음식의 맛과도 직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센불을 이용해 볶음 요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 중식당들의 경우 타격은 더 크다. 전기 그릴로는 중국 음식의 맛인 ‘불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인타운 내 한인 중식당 업주는 “센불과 함께 웍(wok)을 해야 중국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며 “전기 그릴을 사용하라는 것은 중식당을 그만두라는 말과 같은 소리”라며 성토했다.
한식당과 중식당들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식당들의 경우 전기 그릴로 교체에 따른 교체 비용은 오롯이 업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전기 그릴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도 개스비에 비해 2배 가량이 더 늘어나 인플레이션으로 오른 음식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식당 업주들의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스 그릴 사용 금지 조례안에 대한 한인 요식업계의 요구 목소리를 LA 시당국에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한인 업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LA 카운티 소방당국이 일명 ‘부루스타’라 불리는 휴대용 부탄개스 버너 사용 규제에 나서자 한인타운 식당의 노력으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낸 사례가 있다.
이번 조례안과 관련해 한인 요식업계의 요구 사항을 결집해 대변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서부 한식세계화협회와 남가주한인외식연합회로 양분된 두 단체가 불투명한 미래를 앞두고 있는 한인 요식업계의 결집으로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되고 있다.
미서부 한식세계화협회 임종택 회장은 “상황을 파악하고 한식당 업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LA시당국에 반대 의사 공문을 보낼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 남가주한인외식연합회와 함께 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