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에르메스 등 1만3천달러 러닝머신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넘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명품 수요가 늘어난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션 시장의 경우 이른 시일 내 포화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라이프스타일 상품은 초고가인만큼 고객 로열티(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도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은 올초 이탈리아 하이엔드 스포츠 장비 브랜드 ‘테크노짐’과 협업한 홈트레이닝 용품을 내놨다. 디올 마크가 새겨진 러닝머신과 짐볼, 아령 등으로 구성된 세트 가격은 1만3,0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 디올 팝업스토어를 열고 홈트레이닝 용품을 선보였는데, 고가에도 불구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세트는 물론 짐볼 단품이라도 구매하려는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용품도 명품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해당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려동물 용품 시장규모는 26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르메스는 오크나무로 만든 강아지 사료 그릇을 약 1,2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반려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바구니는 1,800달러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들어간 10여 점이 곧바로 소진됐다. 루이비통은 반려견 목줄을 470달러대에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티파니는 농구공을 한정 출시했다. 2019년 뉴욕 팝업스토어에서 첫 공개된 농구공은 티파니의 시그니처 컬러인 민트색이 특징이다. 일본 도쿄의 팝업스토어에서도 550달러에 판매가 이뤄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도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티파니로부터 선물 받은 윌슨 농구공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프랑스 명품 벨루티도 의자와 소파, 테이블 등 가구에서부터 홈·오피스 용품로 영역을 확대했다. 벨루티는 구두, 가방, 지갑 등 가죽 제품들로 유명한 브랜드다. 가구는 취향에 따라 맞춤 주문이 가능하다. 이니셜과 타투 등을 추가해 나만의 리빙 제품도 만들 수 있다. 모든 제품은 주문 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현지 장인들이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명품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는 ‘구매 실적’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다. 에르메스 등 일부 명품 브랜드는 정해진 연간 구매액을 넘겨야 가방이나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일종의 ‘로열티 마케팅’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보복 소비로 명품 구매가 늘어난 만큼 더 상위 브랜드로 가기 위한 ‘어나더 레벨’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