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행복한 아침] 3월의 눈

지역뉴스 | | 2022-03-18 08:00:06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눈과의 조우가 그리 쉽지않은 애틀랜타에 3월의 눈이 내렸다. 지난 주말, 이른 아침 창가엔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눈의 춤사위가 유쾌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성긴 눈발이긴 했지만 반가움에 눈맞이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바람도 겨우 내내 불어댔던 바람으론 한에 닿지 않았던지 한겨울에도 보기 드물었던 거센 풍속으로 내달린다. 떠나는 겨울과 영하로 기울어진 이른 봄날의 허밍이 얼떨결에 눈 손님을 영접하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빈 가지 끝 고요 속에서 봉곳이 새순을 내미는 환희를 보았기에 더는 뒤돌아 보지 않으며 떠날 수 있었나보다고 연민의 정을 접고 있는 터였는데 겨울 나름 아쉬움에서인지 한나절을 사뭇 몸부림으로 나뭇가지를 못 견디도록 흔들어댄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이른 봄날 빙점이 반짝 세일처럼 애틀랜타 주말을 역습했다.

갑자기 떨어진 영하의 일기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문득 미우라 아야코 ‘빙점’이 떠오를 만큼 혹한이 들이닥친 것이다. 이른 봄날이 영하 한기를 직감하고는 깊은 골에서 빠져나와 물색없이 소설 ‘빙점’을 떠올려 놓고 말았다. 소설 ‘빙점’은 1964년 아사히 신문 현상 공모 당선작으로 일본 문단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알려진 작품이다. 자신의 13년 간 투병과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을 작품 속 ‘요코’ 고백으로 서술해 놓았다. 가족사에 얽힌 애증의 깊은 원망과 고심, 죄책감 속에서 성장해 가는 요코 모습을 통해 ‘죄를 용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세상에 묻고 있었다. 인간 원죄를 다룬 소설 ‘빙점’은 주인공의 고백을 통해 인간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빙점의 바닥을 유려한 필체로 묘사했다.

죄짓기를 거부하며 살아온 주인공은 혐오스런 자신을 안고 눈 덮인 겨울 언덕길을 오르게 된다. 높은 언덕에 오른 주인공은 하얀 눈길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게 된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앞만 보고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눈 위에 남겨진 발자국은 흐트러지고 질서 없는 발자국이 아닌가. 그 순간 인생을 바르게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않은 힘든 일임을 깨닫고 용서할 수 없었던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초월할 수 없는 용서의 한계를 3월에 내린 눈처럼 예측할 수 없었던 사랑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기후 빙점은 수은주가 알려주지만 인간 빙점은 보이진 않는다. 마음이 얼어붙는 빙점은  태초부터였을 것이다. 정도 차이는 있긴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빙점을 지니고 살아간다. 미움에서 시작된 마음 얼음은 기후 빙점과는 무관한 아무리 녹이려해도 녹일 수 없는 심성 깊은 곳에 자리한 고통의 근성과 정점을 섬세한 심리 묘출로 접근했다. 

빙점은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이면서 녹는 온도이기도 한데 인간 빙점은 자신 안에 흐르는 원죄 실상을 파헤친 작가 의도가 돋보인다. 떠나는 겨울과 이른 봄날이 지닌, 차가운 빙점과 따뜻한 배려가 곁들여지는 계절 여울목을 느닷없이 찾아든 눈 손님이 생각없이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란 부록을 달아본다. 인간 본성의 차가움 속에 내면의 나약함이 빙점의 시작이 아닐까.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관계 원색은 아름다움에서 메마름으로 쇠락과 소멸로 가랑잎 더미를 만들 뿐이라고 단정지어서도 아니될 것이라 일러준다. 고왔던 단풍도 마지막을 고하라는 재촉에 다 비우고 내려놓았던 것도 존재의 한 방식이었을 것이므로. 고뇌 끝에 꿇은 고해의 스틸 마저도 스스로 용서해주고 싶은 가당찮은 허영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이 과정 또한 성숙의 단계로 받아 들이라 한다.

용서하고 품어주는 것에까지 계산이 앞서는 세상이라 쉽게 얼어버리고 쉽게 해동되는 양상 앞에 당혹스러운 상황도 많다.  ‘빙점’ 작가는 분노와 증오는 상대 뿐 아니라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라서 인간을 위안해주려는 의도로 ‘빙점’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 아닐까 한다. 

3월의 눈과 마주하며 마냥 게으름에 젖은 채 생각조차도 쉬고 싶어 깊은 침묵을 붙들고는 눈이 멈춘 후에도 내내 바깥을 맴돌았다. 휘영하니 불어대는 바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며. 이불을 덮어도 잠까지 덮이지 않는 계절 길목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소셜미디어 사기 급증… 연간 피해 21억불‘눈덩이’
소셜미디어 사기 급증… 연간 피해 21억불‘눈덩이’

피해액 6년 사이 8배 증가, 전체 사기 30% SNS서 시작샤핑·투자·연애사기 기승, 피해자 맞춤형 접근 주의 소셜미디어 통한 사기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연간 피해액이 21억 달러

미쉘 강 후보, 샘 박 의원 지지 선언 획득
미쉘 강 후보, 샘 박 의원 지지 선언 획득

공식 캠페인 영상 주요 플랫폼 방영 조지아 하원 99지역구 민주당 미쉘 강후보가 조지아 민주당 원내총무 샘 박 의원의 공식 지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쉘 강 후보의 공

라이프케어 센터 안형옥 여사 100세 상수연 개최
라이프케어 센터 안형옥 여사 100세 상수연 개최

1926년 5월 평안북도 용천 출생 홈케어 서비스 & 시니어센터인 라이프케어 파트너스(대표 김수경)는 1일 오전 둘루스 센터에서 5월 생신 및 온세상 축하연을 개최했다.특히

크리스천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시온과학캠프
크리스천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시온과학캠프

한인 교수들의 재능기부 캠프"나 혼자 아닌 함께 성장해야" 시온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윤영섭 )가 오는 6월 2일(화)부터 6일(토)까지 제3회 2026 시온과학캠프를 개최한다.

메트로시티은행 1분기 괄목 성장, 합병 시너지 효과
메트로시티은행 1분기 괄목 성장, 합병 시너지 효과

순익 37% 증가해 세후 2238만 달러순이자 마진도 올라, 자선 건전 유지 지난해 12월 제일IC은행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미 동부 최대 한인은행 메트로시티은행(회장 백낙영, 행장

포도나무합창단 2일 정기공연
포도나무합창단 2일 정기공연

포도나무합창단 공연 모습.    2일 오후 5시 빛과 소금 교회 포도나무 합창단 정기 공연이 5월 2일 토요일 오후 5시 "애틀랜타 빛과 소금 교회"에서 열린다.2000년  강임규

총 들고 포켓몬 카드만 훔친 절도범
총 들고 포켓몬 카드만 훔친 절도범

둘루스 카드매장 1만달러어치 도난 둘루스 지역 카드 판매 전문 매장에 무장한 도둑이 들어 1만달러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훔쳐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둘루스 경찰에 따르면 사건

애틀랜타 개스값 5달러도 돌파?
애틀랜타 개스값 5달러도 돌파?

일부 전문가 “몇 주 내 가능” 전망  메트로 애틀랜타 개스가격이 유류세 한시 면제에도 불구하고 갤런당 4달러에 근접하면서 최근 4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5달

주상원 7지구 유권자, 하루에 ‘두 번 투표’해야
주상원 7지구 유권자, 하루에 ‘두 번 투표’해야

둘루스∙스와니 등 한인밀집 거주지19일 예비선거∙보궐선거 동시 진행 한인 다수 거주 지역을 포함하는 주상원 7지구 유권자들은 이달 19일 동일한 의석에 대해 두 번 투표를 해야 해

한국일보 애틀랜타 ,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게재
한국일보 애틀랜타 ,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게재

한국일보 애틀랜타 이인기 상무의 인기 콘텐츠 ‘이상무가 간다’가 대한항공 기내지 최신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번 기사는 애틀랜타를 ‘숲속의 도시’로 재조명하며, 도심의 크로그 스트리트 터널부터 뷰퍼드 댐, 채터후치 국유림의 오프로드 코스까지 현지 전문가만이 아는 특별한 캠핑 로드를 상세히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애틀랜타의 생생한 정보력이 글로벌 콘텐츠로 인정받은 사례로, 전 세계 승객들에게 애틀랜타의 진면목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상무는 앞으로도 지역의 깊은 매력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