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지속시 1,300원 갈수도… 희비 쌍곡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공 사태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해 1,220원을 훌쩍 넘어 섰다. 달러화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구두로 표시하고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250원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쟁 쇼크’로 인한 고물가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쇼크’라는 또 다른 경제 변수가 등장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송금을 받아야 하는 한인 유학생과 지상사 및 주재원들에게 ‘환율고’에 별 뾰족한 대안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상승세 어디까지
7일(한국시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전 거래일 1,214.2원보다 12.9원이나 상승한 1,227.1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6월22일 1,215.8달러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환율이다.
원·달러의 급격한 상승세는 13일째로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어디까지일까? 전망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긴축 이슈가 더해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화 강세를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할 수도 있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13일 이후 12년 8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가장 최근에 원·달러 환율이 높았던 시기는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3월19일로 당시 장중 1,296원까지 올랐다.
■‘환율 쇼크’에 희비 엇갈려
원·달러 환율 급등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미국에 와 있는 한인 유학생들과 단기 체류자, 주재원들이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송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 대비 상승한 폭만큼 한국에서 송금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매달 주거비와 생활비 등으로 한국에서 4,000달러를 송금 받고 있는 한인 유학생 김모씨는 “지난달 말에는 한국 부모님들이 원화 490만원을 환전해 송금해 주었다”며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한국 돈으로 450만원을 환전하면 4,000달러가 됐는데 환율 상승으로 이제 500만원을 환전할 정도가 되니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의 후폭풍은 LA에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지상사나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환율 상승으로 LA 현지에서 필요한 각종 경비가 그만큼 줄어들어 예산 삭감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환율 급등으로 반사 이익을 보는 한인들도 있다.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하고 원화로 지급하는 수입업체들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볼 수 있어 가격 부담이 줄었지만 구매력은 늘어나는 ‘환율 약발’을 보고 있다.
한국으로 여행을 가려는 한인들도 ‘환율 약발’의 또 다른 수혜자다. 달러화 강세로 원화를 환전하면 이전에 비해 더 큰 여행 비용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