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권정희의 세상읽기] 왜 이렇게 무례해졌는가

미국뉴스 | | 2022-02-11 08:15:17

권정희 논설위원, 세상읽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권정희 논설위원  

 

델타 항공의 최고경영자 에드 바스티안이 지난주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냈다.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들을 기소하고 탑승금지 명단에 올려달라는 요청이었다.

 

항공사가 진상 고객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여름에는 아메리칸, 델타, 유나이티드 등 주요 항공사들이 갈런드 법무장관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같은 요구를 했다. 하늘 위 기내에서 승객이 난동을 부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들이 너무 자주 발생해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연방항공청(FAA) 데이터에 의하면 2021년은 기내 난동 최악의 해였다. 무려 5,981건이 보고되었다.

 

팬데믹이 지난 2년 동안 우리의 삶의 모습을 많이 바꿔 놓았다. 그중 하나가 사회 전반에 퍼진 무례함이다. 과거 미국은 시민의식이 높은 나라로 인식되었다. 70~80년대 이민 초기 한인들이 감탄한 것이 있었다. 관공서나 은행에 가면 아무리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상점이나 식당에서는 손님들도 종업원들도 그렇게 나긋나긋할 수가 없었다. 속마음이 어떠하든 겉으로는 매너 있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이 사회의 암묵적 약속이었다.

 

그런 정중함이 미국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신 무례함이 들어섰다.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고 막말하고 주먹 휘두르는 무례한 행동들이 늘고 있는데, 특히 팬데믹 이후 심해졌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웨이트리스를 구타하는 가하면, 초등학생 엄마가 스쿨버스 기사의 따귀를 때리고,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종업원이 온라인 주문을 요구하자 이에 열 받은 손님이 총을 빼들기도 했다. 지난해 매서추세츠의 한 식당은 24시간 문을 닫았다. 손님들의 무례가 도를 넘어서 종업원들에게 숨 돌릴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전에 없이 성마르고 거칠어졌고, 목까지 차오른 짜증을 종종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터트리고 있다.

 

코비드-19 감염 불안, 봉쇄 폐쇄 격리 등 낯선 생활로 인한 좌절과 혼란이 정신건강을 해친 탓으로 일단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장기간의 단절과 고립, 상실감은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우리 몸은 이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한다는 분석이다. 위기라고 느껴지면 ‘도망 아니면 싸움(Flight or Fight)’ 본능이 발동하는데, 이중 후자가 작동되면서 사람들이 툭하면 싸우려 드는 것 같다고 심리학자들은 분석한다.

 

거기에 한가지가 추가되면서 무례함은 전염병처럼 창궐하고 있다. 정치 혹은 이념 갈등이다. 팬데믹은 마스크와 백신 전쟁을 불러왔다. 선동가 트럼프의 영향이 크다. 극우진영이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접종을 보건문제가 아니라 정치이슈로 받아들이면서 사방에서 반대진영과 충돌했다. 지난여름 LA 시청 밖에서는 마스크 찬반 시위대가 격하게 부딪치면서 한 남성이 칼에 찔렸다.

 

기내 난동도 대부분 발단은 마스크이다. 마스크 착용 규정을 지키라는 승무원, 이를 ‘권리침해’ ‘부당한 규정’이라며 반발하는 승객이 충돌하면서 소동은 벌어진다. 분노한 승객들은 폭언을 하고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사우스웨스트 승무원은 승객의 공격으로 치아 여러 개를 잃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오렌지카운티에서는 백신반대론자였던 40대 여성검사가 코비드로 사망했다. 그는 물론 백신을 맞지 않았다.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가 불이 났었다. 보수진영은 그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웠고, 진보진영은 스스로 자초한 죽음이라며 비아냥거리고 고소해했다.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 상의 무례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백신에 대한 입장이 달랐다고 망자에 대한 기본적 예의마저 버려야 했을까. 무례도 그런 무례가 없다.

 

예의 혹은 정중함은 사회적 유대감에서 나온다. 과거 한국에서 우리는 어른을 만나면 예의를 갖췄다. 낯선 어른에게도 공손히 인사하고, 무거운 물건을 대신 들어드리는 일들이 자연스러웠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공동체 의식도 사회적 유대감도 약하다. ‘우리’가 아니라 ‘우리’ 대 ‘그들’로 갈라졌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 민주당과 공화당은 원수처럼 싸우고, 부유층과 근로계층 간 격차는 날로 벌어져 경제적 불평등이 깊다.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사회경제적 계층 간 거리는 멀어지고 유대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시대의 무례함을 팬데믹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보다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사회적 화합이 깨진 것이다. ‘우리’가 아닌 ‘저들’ 혹은 ‘그들’에 대한 적대감, 무시, 분노가 너무 깊다. 그런 환경에서 무례함은 독버섯처럼 퍼진다. 무례가 무례를 낳으면서 사회 전체가 불쾌함으로 가득해진다.

 

날로 거칠고 무례해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예의를 회복할 것인가. 답은 황금률이다.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이다. 각자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나부터.

 

<권정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차 팔아 22달러 25센트 병원에 기부해주민 기부 동참, Aflac 대표 10만 달러   조지아주의 한 12세 소년이 뇌종양과의 사투 속에서도 암 연구를 위해 모은 작은 기부금이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경찰 1명 살해, 1명 중상 입혀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대배심은 지난 2월 지역 경찰관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35세 디캡 카운티 남성을 22일 기소했다.귀넷 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SK온-현대차 배터리공장 '더 커먼스' 설계 스와니 한인 건축 디자인 회사 아키플랜(대표 토니 김)이 지난 18일 애틀랜타 서밋 앳 8 웨스트에서 열린 미 건축가협회(AIA) 조지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3월 신차 20.2%, 중고차 53.9% ↑현대차 전기차 판매 40% 급증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 3월 새로운 모델이나 파격적인 혜택이 아닌, '주유소 가격표'의 영향으로 강력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개인 250달러, 부부 500달러 환급 조지아주 납세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일회성 소득세 환급금이 오는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조지아주 세무국(DOR)의 보고를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작년 이어 올해도 주 전역 확산 독성이 강한 외래종인 아시안 침 개미 (Asian needle ant)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조지아 전역에 확산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조지아 대학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공화 성향 에설론 인사이트 후보간 가상 대결 여론조사 바텀스, 오차범위 안서 앞서 올해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인 키샤 랜스 바텀스 후보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오차

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대대적 확대’ 추진
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대대적 확대’ 추진

취소대상 총 384명 선정전국 연방검찰 사건 배당 추방·이민단속 강화 차원 “시민권자들도 불안·긴장”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 박탈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민자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트럼프 방중 전 '판다외교' 가동…"양국 인민 우의 증진" 24일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미국과의 판다 보호 협력을 확대하며 애틀랜타 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 한쌍을 보내기로 했다고

고급 인력 취업 영주권도 심사 강화 ‘고삐’
고급 인력 취업 영주권도 심사 강화 ‘고삐’

취업 1순위 거부율 ↑ 2순위로 65%까지 탈락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심사가 강화되면서 고급 인력들의 취업 영주권 문턱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탁월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