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년 성과와 전망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미국의 영혼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내우외환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통령직을 넘겨받았다. 당시 미국은 국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 또 인종 갈등에 따른 분열 등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당시 상황이 1930년대 경제 대공황에 직면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1860년대 남북전쟁에 부딪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대외적으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정리하는 것이 선결 과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방통행식 외교정책이 전통적 동맹을 약화하고 미국의 위상을 훼손했다는 인식에 따라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 폐기에서부터 외교정책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1년은 나름 일정한 성과를 냈다. 방역정책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솔선수범으로 백신 접종 확대에 총력전을 펼친 결과 코로나19 사태도 잦아드는 듯했다.
또 취업자가 500만 명 이상 증가하면서 작년 12월 실업률은 코로나19 이후 최저치인 3.9%로까지 내려가는 등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졌다.
외교적으로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의 전통적 동맹과의 관계 복원에 힘썼다. 취임 첫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지시를 내린 것은 국제사회에 ‘미국이 돌아왔다’는 구호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였다.
반면 미국의 전통적 경쟁자인 중국, 러시아와는 인권, 안보 등 전방위 충돌을 이어가며 반중, 반러 전선 구축을 통한 미국의 영향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통합과 재건, 대외적으로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에 방점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매우 다른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 바이든 1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심상치 않다. 정치분석 전문매체 ‘538’은 취임 1년을 맞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1945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 이래 트럼프 전 대통령 다음으로 낮을 정도로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취임 초반 50% 안팎이던 지지율은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맞물려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33%로까지 떨어진 참혹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반군 탈레반에 아프간의 정권을 다시 내주고 미군이 쫓겨나듯 철수하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민심의 반발을 불렀지만,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때 수그러드는 듯싶었던 코로나19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 따라 최근 들어 최다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도 접종 거부자가 많아 60%대 초반에서 정체 상태다.
고용 지표는 개선됐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경기 부양책으로 시장에 막대한 돈이 풀림에 따라 최근 40년 만의 최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대외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되기만 할 뿐,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진 못했다. 이란 핵합의 복귀도 지난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고, 북한에 대해선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비핵화 대화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강경일변도 발언을 서슴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신중한 접근법과 외교적 수사를 구사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민 눈에는 ‘약한 대통령’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여론 악화의 원인은 경제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미국이 기나긴 팬데믹의 터널에서 곧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은 델타와 오미크론 등으로 끝없이 변이하는 바이러스 앞에서 퇴색했다. 뉴욕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80만3,736명을 기록했다. 하루 확진자 역대 최다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바이든 대통령도 심상치 않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말에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5억 배럴에 달하는 전략비축유 방출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등 외국 정부에도 전략비축유 방출 동참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첫 백악관 일정으로 농장·목장 업체들과 화상회의를 한 것도 치솟는 육류 가격을 잡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팬데믹 발생 후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채택한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이다. 가격 상승이 일부 품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최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 지난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은 의회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원의 경우 상원 의장으로서 가부 동수 때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포함해야 의석수가 51(민주당)대 50(공화당)으로 근소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60석에는 턱없이 미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 맨친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보다 개인 소신을 내세우는 의원들의 존재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다수당의 권한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원은 222대 212로 민주당이 다수이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닥까지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민주당 후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주지사 선거에서도 친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공화당에 내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고전하는 이유는 미국의 분열이라는 좀 더 근본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지지층 간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하다 보니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론을 모으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퀴니피액대학의 지난 7∼10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75%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긍정 응답이 2%에 불과하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무려 95%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반 트럼프’ 노선은 공화당 지지층의 반감을 키우며 자신의 정책 노선에 대한 저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트럼프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했다는 뜻으로, 이는 지난 1·6 의회 폭동 1주년 대국민 연설 때 그간 자제 모드에서 벗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공하는 모습을 보인 요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모닝컨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의 6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도전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60%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원한다는 응답보다 높은 것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한 분석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당파에서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 종식과 양극화된 나라 통합이라는 두 가지 미완의 목표를 갖고 2년 차 임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