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장만 힘들어 인플레이션 대비 헤지 역할도‘유명무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문제의 심각성이 최근 발표를 통해 공식 입증됐다. 발표에 따르면 10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무려 약 6.2%나 급등했는데 이는 30년래 최고 상승폭이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 폭이 2% 대일 경우 관리 가능한 안정적인 수준으로 여겨지는데 최근 물가 상승세는 이 같은 수준을 훨씬 벗어난 것이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인플레이션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 인플레이션 대비 헤지 기능 유명 무실
부동산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통적으로 ‘투자 안전지대’(Investment Safe-Haven)로 여겨져 왔다.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마다 부동산 자산이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위험 회피)을 해줬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보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때 부동산 자산의 가치는 상승해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 자산 손실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많은 베이비 부머 주택 보유자들이 70년대 오일 쇼크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부동산 자산 헤지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던 것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최근 70년대에 버금가는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의 헤지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역대 최악의 매물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주택 구입이 힘들어져 인플레이션 대비 부동산의 헤지 기능이 유명 무실해졌다.
◇ 인플레이션 주요 원인은 ‘코로나’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 속도가 가팔라 보유한 현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부의 대대적인 재난 지원금 지급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택 대기 명령 등으로 재택근무, 원격 수업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물품 구입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함께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점심 식사, 식사 후 커피, 대중교통 이용, 세탁소 이용, 의류 구입 등의 소비가 급감하면서 이들 업체들은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섰는데 인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역시 코로나 팬데믹이 촉발한 원인으로 심각한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공급망 병목 현상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다. 지난해 코로나 감염된 직원이 증가하는 한편 경제 활동 제재에 따라 빚어진 공급망 차질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항만 직원과 트럭 기사 부족 등으로 운수 업체들이 급여를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인플레이션에 집값과 임대료 모두 올려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주택 시장은 이미 매물 수급 불균형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미 수년째 매물이 심각하게 부족한 현상이 이어져 왔는데 코로나 팬데믹 발생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뉴욕 스턴 경영 대학 로렌스 화이트 경제학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주택 수급 불균형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이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 회피 수단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늘고 있는데 다시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 구입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주택 구입 시장에서 넘쳐난 수요가 임대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현재 주택 임대료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소비자 생계와 직결되는 주거비가 급등하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 현상과 맞물려 서민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이트 교수는 주택 시장과 관련,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몇 가지 더 제시했다. 현재 주택 건설용 부지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이며 개발을 위한 각종 규제가 여전히 까다로워 신규 주택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셀러, 바이어 모두 인플레이션 피해자
인플레이션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바이어다.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모기지 대출을 받아야 주택 구입이 가능한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모기지 대출 이자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리얼터닷컴의 조지 라티우 경제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시중 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정책을 단행하는 데 그중 하나가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다.
연준은 그동안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 중 하나로 MBS 를 꾸준히 매입해왔으나 내년 4월부터 매입 규모를 서서히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준이 MBS 매입 규모를 줄일 경우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시중에서는 이 같은 영향을 받아 모기지 이자율이 이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에 따른 영향은 셀러도 피해 가기 힘들다. 최근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수요도 많아 웬만한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쉽게 팔아 높은 처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집을 팔고 구매자의 입장으로 바뀌면 급등한 집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이자율마저 상승세인 요즘 기존 주택 처분 수익으로 마련한 현금 자산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