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보석줍기] 호반의 마을 내 고향

지역뉴스 | | 2021-11-15 17:20:25

보석줍기,오윤숙,호반의 마을 내 고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앞에는 소양강 호수가 반짝이고 뒤로는 녹음 짙은 산속에 뻐꾸기 울어대며, 밤에는 달빛에 비추인 강물이 바람결에 너울너울 춤추는 호반의 마을, 강원도 서면이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고향이다. 과수원 울타리엔 복숭아, 살구, 자두 꽃들이 피고 지고, 오디는 까맣게 익어가며, 배꽃은 수줍은 듯 발그스레한 얼굴로 봄바람을 몰고 온다. 우리집 돌담 사이로 자두나무 꽃이 피어 오르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것을 보려 목을 빼고 한참 동안 높은 나무 위를 쳐다보기도 한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날에는 과일밭 여기저기 원두막을 지어 오르락 내리락 수박과 참외를 지키다가, 점심 때가 되면 강물을 떠다 열무김치와 오이채를 넣고 고추장 풀어 냉국으로 먹기도 한다. 그 맛이란! 지금도 침이 고인다. 녹음이 짙어갈 무렵 배는 누렇게 익어가고, 원두막에 모기장 치고 밤새도록 서리꾼 지킨다고 사촌들과 떠들며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를 벗 삼기도 했는데, 가끔 귀도 어둡고 힘도 없는 증조 할아버지가 서리꾼을 지킨다고 밤새 원두막에 올라와계시곤 했던 모습을 떠오르니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동이 트면 나무에 붙어있던 매미가 울어대니 가을이 오는 소리다. 매미 소리를 따라가 잡으려 하면 이 나무 저 나무로 휙 휙 날아가버리고, 고추잠자리는 내 주위를 맴돌며 앉았다 날아갔다하며 슬며시 나를 놀린다. 밤에는 개똥벌레 반짝이는 빛에 놀라 머리끝이 쭈빗해지기도 한다. 

이 무렵이면 배도 끝물이 되고 할머니는 넉넉한 마음으로 배를 바구니 가득 채워 윗 마을, 아랫 마을 집집마다 나눠주라 심부름 시킨다. 뉘엿뉘엿 저녁 노을이 짙어가면 강변에 보라색 들국화 향기가 뿜어나고, 갖가지 풀 내음과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의 정서를 깊어가게 한다. 학교 다녀오는 길, 가을 들판에 펼쳐진 파란 배추와 목을 길게 뺀 무가 겨울 김장을 재촉하듯 반쯤 올라와있다. 굵은 무 하나 툭 뽑아 흙 툭툭 털고 손톱으로 껍질긁어 까 먹으면서 친구들과 재잘재잘 떠들며 걷다보면 집으로 오는 먼 길이 지루하지 않다. 단풍 입은 가을이 옷을 벗고 찬바람 부는 겨울에 눈은 펑펑 쏟아지고 장독 위에 소복이 내려 흰옷 입은 눈이 엄마의 손을 기다린다. 엄마는 손으로 차가운 눈을 쓸어내려 된장을 퍼다 시래기국을 구수하게 끓여준다. 그 엄마의 손맛이 그립다. 추운 겨울 방 안에선 화롯불을 태우고 그 위에 겨우내 땅 속에 묻어둔 고구마며 밤을 꺼내어 구워 먹는다. 불꽃에 타닥거리며 입을 벌리는 밤을 집으니 이미 얌체같은 밤벌레가 홀랑 먹어버려 약올라하던 기억이 새롭다.  일흔의 나이테를 바라보는 지금, 풍경화처럼 지나가는 내 어린 시절의 고향이 새록새록 정겹고 그립다.

 

[보석줍기] 호반의 마을 내 고향
오윤숙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올해 조지아 추수감사절 여행객 사상 최다
올해 조지아 추수감사절 여행객 사상 최다

국내선 2시간 반, 국제선 3시간 전 도착50마일 이상 조지아 자량 여행객 230만 올해 추수감사절 휴일 기간 동안 조지아와 미국 전역에서 기록적인 수의 여행객이 예상돼 공항 터미

자녀 두명 오븐에 넣고 살해 여성에 종신형
자녀 두명 오븐에 넣고 살해 여성에 종신형

풀턴법원 사건 발생 7년 만에 선고 자신의 1살과 2살 자녀를 오븐에 넣고 살해한 여성에게 사건발생 7년 만에 종신형이 선고됐다.풀턴 고등법원은  지난 15일 라모라 윌리암스에게

쿠쿠 블랙프라이데이 최대 70% 세일
쿠쿠 블랙프라이데이 최대 70% 세일

11월15일-12월1일, 웹사이트 판매구매 금액 따라 무료 선물 다양해 혁신적인 주방 및 가전제품의 선두주자인 쿠쿠가 프리미엄 제품만을 모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제공한다. 이번

메트로 애틀랜타 주말 ‘깜짝 추위’
메트로 애틀랜타 주말 ‘깜짝 추위’

한랭전선 영향 21일부터 기온 ‘뚝’ 19일 메트로 애틀랜타 전역에 내린 비가 그치면서 주말 조지아 북부 지방에 깜짝 추위가 찾아 온다.19일 국립 기상청은 목요일(21일)부터 

귀넷서 화려한 ‘겨울 등불 축제’ 즐겨요
귀넷서 화려한 ‘겨울 등불 축제’ 즐겨요

페어그라운드 윈터 랜턴 축제1월 5일까지  매주 목-일 저녁 추수감사절이 다가 오면서 거리는 연말연 분위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특히 백화점이나 샤핑몰  그리고 개별 상점마다 설치

트럼프 경제 키워드‘감세 & 관세’… 각 계층 미칠 영향은?
트럼프 경제 키워드‘감세 & 관세’… 각 계층 미칠 영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재당선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경제 정책은 관세와 감세로 요약된다. 공약대로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할 경우 세수에 구멍이

안중근으로 변한 현빈…영화 '하얼빈'  크리스마스 개봉 확정
안중근으로 변한 현빈…영화 '하얼빈' 크리스마스 개봉 확정

영화 '하얼빈' 포스터 올겨울 극장가 기대작으로 꼽히는 현빈 주연의 영화 '​하얼빈'이 2024년 12월 25일 개봉을 확정 지었다.'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등 매 작품 한

'아파트' 열기 잇는다…로제, 22일 새 싱글 '넘버 원 걸' 공개
'아파트' 열기 잇는다…로제, 22일 새 싱글 '넘버 원 걸' 공개

내달 6일 발매하는 정규앨범 '로지' 수록곡 로제 선공개 싱글 '넘버 원 걸' 발표/더블랙레이블 제 세계적인 히트곡 '아파트'(APT.)로 열풍을 일으킨 블랙핑크 로제가 새로운 선

내년부터 귀넷 도로 '확' 바뀐다
내년부터 귀넷 도로 '확' 바뀐다

316도로 접근 제한 고속도로 전환애보츠 브릿지 로드 확장공사 착수 조지아 교통국(GDOT)이 귀넷카운티에서 진행하는 도로건설 프로젝트의 윤곽이 발표됐다.지난 13일 주교통국 커미

미래권력에 대한 조지아 사법부의 배려?
미래권력에 대한 조지아 사법부의 배려?

조지아 항소법원 합의재판부트럼트 재판 변론 돌연 취소  조지아 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에 대한 2020년 대선 개입 사건 관련 구두변론일정을 별다른 설명없이 취소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