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춥던 뒤뜰에도 조잘조잘 말걸던
그 새 꾸뻑 한 시절 담 넘어 떠가고
더위에 이사를 하는 그 어색한 작별이
서두르던 이유가 계절 탓 만은 아니듯
멀리 가지 않는다
세월이 들여다보이는 경계를 열면
복도 깊숙히 문고리가 닫히고
120의 웰컴은 선택받은 숫자의 몫
낯가리는119, 118, 117…
숫자를 외면하고 헤어 살롱이
몇 가닥 머리카락 틈새에 안간힘이다
숫자의 바깥은 나를 닮은 타인이 주차를 하고
비번의 키가 동거를 보장한다
칠월 중순의 그늘이 담장 넘어 스산해도
노래 한 자락 돌아오지 않는
그 새는 목이 짧아서
나뭇가지에 이파리 처럼 앉아
흑백사진으로 남아있으려나
아무렴 찰나는 아니라고 하자
해가 기울어도
오늘이 내일을 축軸으로 돌고
나는 이사를 오고 너는 이사를 갔구나
**한국 '시와 시학' 2019 겨울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