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 몸 밖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 과다하게 쌓여서 생기는 염증성 통증 질환이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痛風)이라는 이름처럼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요산은 육류, 등 푸른 생선, 시금치 등에 함유돼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퓨린이 몸 안에서 대사되고 남은 일종의 찌꺼기다. 몸속에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이 오래 쌓이면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 등을 콕콕 찔러 염증을 일으키고 관절이 벌겋게 부으면서 심한 통증(통풍 발작)을 일으킨다. 통풍 발작이 생기면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통풍은 엄지발가락에 많이 생기지만 발등 발목 무릎 팔꿈치에도 나타난다. 오래 방치하면 요산 결정체가 덩어리를 이뤄 피하조직에 쌓여 혹처럼 생긴 ‘통풍 결절’이 생기기도 한다.
통풍 발병에는 유전 요인과 술과 고기를 과도하게 즐기는 식습관, 비만 등 환경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름에는 맥주 등 술을 많이 마시지만 더위로 탈수 증세가 겹치면서 혈중 요산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어렵다.
술은 요산 배출을 직접적으로 억제하기에 혈중 요산을 높이는 주원인이다. 더욱이 술과 함께 즐기는 기름진 안주 중에는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이 많다. 맥주와 치킨을 함께 즐기는 ‘치맥’이 통풍의 가장 큰 적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상훈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면서 탈수로 인해 혈중 요산 농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한다”며 “이런 상태에서 퓨린이 많은 맥주와 고기를 과다 섭취하면 혈중 요산을 급격히 올려 통풍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통풍 환자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많다. 남성은 여성보다 근육이 크고 세포가 많아 몸에서의 기본 요산 생성이 높고, 콩팥에서 요산 재흡수를 억제하는 여성호르몬이 없기 때문이다.
통풍은 관절염 발작이 재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여러 질환과도 관련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발표된 ‘한국인 통풍 환자의 진단 및 치료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 대사 질환이 동반될 때가 많았다. 2005~2008년 3개 대학병원에서 통풍으로 치료 중인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고혈압 36%, 당뇨병 11%, 협심증 8.1%, 심부전 6.6%, 이상지질혈증 4.4% 순으로 기저 질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풍 환자 중 절반은 고혈압과 대사증후군, 10명 중 1명은 당뇨병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 환자 4명 중 1명은 혈중 요산 농도가 7㎎/dL 이상인 ‘고요산혈증’이다. 이처럼 합병증이 동반될 때가 많아 단순히 관절염 치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함께 치료해야 한다.
콩팥 질환과 고요산혈증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산은 주로 콩팥에서 배설되므로 고요산혈증은 콩팥으로 요산을 더 많이 배설해 콩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결석이 생겨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신부전이 있으면 고요산혈증이 생겨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 신부전 환자의 급성 통풍성 관절염 치료도 제한을 받는다. 투여되는 항염제가 콩팥 기능을 저해하므로 신부전 환자의 통풍 치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통풍에 걸리지 않으려면 술을 멀리해야 한다. 알코올은 콩팥에서 요산이 배설되는 것을 억제해 통풍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고요산혈증과 연관돼 나타날 수 있는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이 있으면 치료하는 것이 좋다.
통풍이 생겼을 때 약물 치료해도 관절염이 자주 생기거나 혈중 요산이 잘 내려가지 않으면 퓨린 함량이 많은 음식을 삼가야 한다. 염통ㆍ간 같은 내장, 육즙, 거위, 정어리, 고등어, 멸치, 효모, 베이컨 등에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흡연도 통풍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관련 질환이 있으면 금연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