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반사들이 한국 음원 저작권을 도용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유튜브의 저작권 보호 조치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누리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수 이승철이 2005년 발매한 노래 '서쪽 하늘' 등을 중국 쪽에서 무단으로 변형해 원곡으로 등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튜브에서 영화 '청연'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서쪽 하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면 음악 정보가 가수 '샤오미미'(小蜜蜜)의 노래 '쉐후이전시'(學會珍惜)로 된 영상이 검색된다.
저작권자는 '베이징첸허스지'(北京千和世紀文化傳播有限公司)를 대리하는 '빌리브 뮤직'(Believe Music) 및 음악 권리 단체 3곳으로 표시돼 있다.
서쪽 하늘 외에 아이유의 '아침 눈물', 지오디(god)의 '길', 프리스타일의 '와이(Y)', 토이의 '좋은 사람', 다비치의 '난 너에게',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윤하의 '기다리다' 등도 저작권 도용 피해를 본 곡으로 알려졌다. 한국 노래를 원곡인 것처럼 등록한 음반사는 빌리브 뮤직 외에 이웨이 뮤직(EWway Music), 엔조이 뮤직(Enjoy Music) 등으로 파악됐다.
◇ "무단 리메이크곡이 떡하니 원곡 행세…허술한 유튜브 심사 탓"
국내 작사·작곡가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중국 엔터테인먼트사가 한국 음원의 '콘텐츠(Content) ID'를 먼저 유튜브에 등록하면서 저작권 도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ID는 저작권 소유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사용된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유튜브의 저작자 권리 보장 시스템이다.
그러나 실제 저작권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원작자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유튜브에 제시해 심사를 통과하면 콘텐츠 ID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유튜브에서 발생한 국내 음원 관련 영상 수익이 콘텐츠 ID를 등록한 중국 번안곡 저작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국내 음원 저작자는 유튜브에 이의를 제기해 자신의 곡이 원곡임을 증명하지 않는 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누리꾼들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한국 것을 뺏어간다", "유튜브는 이것도 거르지 못하냐" 등 항의 댓글을 게시하고 있다.
◇ 소속사 "당혹스럽다"…한음저협 "유튜브에 재발 방지 요청"
저작권 도용 피해를 본 국내 가수 소속사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엉뚱한 사람이 저작권자로 표시되는 걸 보니 당혹스러울 따름"이라며 "음원 유통사 및 라이선스 대행사와 즉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 윤하는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라 당황스럽지만 차차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는 감동을 줄 수도 천금을 벌 수도 없단다"라고 자신의 곡을 무단 도용한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한음저협은 향후 저작권료가 정상적으로 배분되도록 유튜브 측에 요구한 데 이어 과거 사용료 소급도 요구할 예정이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앞으로도 국내 음악 업계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다시 한번 유튜브 측에 요청해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튜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저작권자 확인 과정이 불완전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성배 세종사이버대 유튜버학과 교수는 "유튜브 음원의 콘텐츠 ID를 등록 및 확인하는 전반적 과정을 AI가 담당하기 때문에 번안곡을 원곡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인식이 잘못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저작권자 및 음원 대행사가 음원 출시 직후 콘텐츠 ID 등록을 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