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맥도널드, 월마트 등 잇단 임금인상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세계에 인플레이션 공포감을 불러일으킨 미국에서 노동 인력 부족 현상도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업체의 임금 인상이 잇따라 주목된다.
옥수수나 콩 같은 농산물이나 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도 인플레를 자극할 불안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7만5,000명의 노동자를 더 고용할 것이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1,000달러를 일회성 입사 보너스로 줄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달 약 50만명 이상에 대해 시간당 임금을 각각 0.5~3달러 인상한다는 방침을 공표한 바 있다.
아마존은 경력을 따지지 않는 직종에 이미 평균 17달러의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앞으로 석달 동안 직영 매장에서 1만명을 새로 뽑으면서 총 3만6,000여명에 대한 임금을 평균 10%가량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대형 서비스 체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늘고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이와 유사한 임금 상승이 잇따르고 있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부문의 노동자 수입은 평균 30.17달러로, 21센트가 증가했다.
최저임금을 현행 시간당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반영한 법안이 의회에서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원의 반대로 멈춰선 상태지만 시장의 원리로 임금은 자연스럽게 이 방향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맥도날드는 직영 매장의 평균 시급이 2024년에 15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고용 회사인 월마트도 올해 들어 자국 내 노동자 42만5,000명에 대한 임금을 올릴 것이라면서 평균 시급이 15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임금 인상은 이미 제품 가격 상승도 유발하는 양상이다. 실제 외식 체인인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은 내달말까지 2,800여매장의 평균 시급을 15달러로 올릴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배달 주문 상품에 대한 가격을 인상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주 이익 단체인 전미점주협회는 지난 9일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한 가격 인상을 선택지로 제시하면서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업소의 임금 인상은 무엇보다 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지난 4월 조사에서 44%의 소상공인은 일자리를 채울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가 이처럼 큰 이유로 경기부양책에 따른 양호한 실업 급여 지급, 보육 문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 등 여러 변수를 거론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분명한 것은 업주들이 당장은 충분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임금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해있다는 점이다.
치포틀레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니콜은 “현재의 노동시장은 외식업에 종사하면서 봐온 상황 중 가장 어려운 지경”이라고 CNBC에 말했다.
<경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