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우리 생활 전반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주택 시장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거지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새 집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었다. 밀집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교외 또는 지방으로 이주하는 현상도 코로나가 불러온 변화 중 하나다.‘가주 부동산 중개인 협회’(CAR)가 코로나 이후 주택 시장의 변화된 모습을 알아봤다.
매물 검색부터 구입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코로나 이후 새롭게 바뀐 주택 시장 모습
◇ 집 이상이 된 집
집의 소중함이 이처럼 중요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거주 공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4월 부동산 업종이 필수 업종이 재분류되자마자 주택 시장은 새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로 붐볐다. 새로운 거주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바이어들은 더 큰 집, 더 넓은 마당, 홈 오피스, 더 넓은 주방을 갖춘 집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도 혈안이다.
‘가주 부동산 중개인 협회’(CAR)가 실시한 주택 구매지 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을 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답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가주에서 한동안 뜸했던 첫 주택 구입 활동이 크게 늘어 전체 주택 거래에서 첫 주택 구입이 차지한 비율은 10년 래 가장 높은 약 38%를 기록했다.
◇ 대도시 탈출 가속화
재택근무가 늘면서 도시 탈출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심을 떠나 교외, 심지어 시골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될 경우 도시를 떠나 교외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샌디에고 남부 멕시코 접경 도시 출라 비스타는 샌디에고 도심 지역에서 이주한 주민들로 지난해 한때 매물이 바닥이 났다. CAR의 집계에 따르면 주택 시장이 코로나 특수로 절정을 이루던 지난해 8월 출라 비스타의 매물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주택 시장 과열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1.4%나 급등했다.
USC 도시계획학과 도웰 마이어스 교수는 “대도시 아파트에서 환기구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밀집된 생활 방식을 포기하고 독립된 주택 설비를 갖춘 교외 지역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시를 떠나 교외로 이사하려는 현상은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다. 약 5년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주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기 주택 구매자 중 약 43%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도시 외곽 지역 또는 농촌 지역 주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나 도시 이탈 현상은 당분간 사그라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주택 시장 가상 세계 속에 풍덩
주택 시장도 가상 세계에 푹 빠졌다. 온라인으로 매물을 보는 ‘가상 투어’(Virtual Showing)와 3D 투어가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됐다. 심지어 주택 구입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절차까지 부동산 에이전트와 직접 만날 일없이 전자 서명을 통해 모두 이뤄지고 있다. 가상 투어와 같은 비대면 방식의 쇼잉을 제공하지 않는 매물은 바이어들에게 오히려 이상하게 취급당할 정도다.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고 코로나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주택 시장에서 가상 방식을 활용한 기법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이 같은 가상 방식은 오히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사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맨해튼 비치 소재 비치 리얼에스테인트 그룹의 타마라 수민스키 대표는 “줌 방식의 컨설팅이 미래에도 안전한 방식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며 “고객을 직접 만나기에 앞서 줌 미팅을 통해 시세 제안 또는 시장 분석 상담 등과 같은 사전 미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휴가용 주택 관심 급증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휴가용 주택 구입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다. 구글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차 주택 구입’(Buying a Second Home)과 ‘휴가용 주택 구입’(Buying a Vacation Home)에 대한 검색이 1년 전보다 무려 235%나 급증했다. 휴가용 주택에 대한 관심은 실제 구입 증가로도 이어졌다.
NA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전국 주요 휴가지의 주택 거래량은 1년 새 약 34%의 증가율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레이크 타호, 레이크 애로헤드, 맴머스 레이크, 팜 스프링스와 같은 가주 주요 휴가지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주택 거래가 두 배나 폭등하는 양상을 보이며 코로나 특수로 인한 과열 양상을 보였다.
휴가지 주택 구입자 중에는 재택근무를 위한 주거 목적의 구입도 있지만 순수한 휴가 목적의 구입이 대부분이었다. 다중 이용 시설인 호텔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휴가용 주택 구입이 증가한 계기로 분석된다. 또 대부분 호텔 숙박비 또는 여행 경비 등을 휴가용 주택 구입비로 대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 없던 매물 더 감소
코로나 팬데믹 시작과 함께 없던 매물이 더 모습을 감췄다. 집을 내놓기 꺼리는 셀러가 늘면서 가주 주택 매물이 지난해 바닥을 친 것이다. 매물 급감으로 주택 가격은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 바이어들을 울렸다. 지난해 9월 가주 주택 중간 가격은 약 71만 2,430달러로 전년대비 약 17.6%나 급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고급 주택 시장까지 술렁이며 거래가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저가대 매물 부족으로 인한 고가 주택 거래 증가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던 레빈 CAR 신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면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주 매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가주 주택 재고는 인구 대비 300만 채나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