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멕시코 국경에서 기약 없이 대기 중인 망명 신청자들에게 서서히 문을 열 계획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9일 멕시코에 발이 묶여 있는 망명 신청자 2만5천 명에 대한 망명 절차를 재개한다고 AP·로이터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일단 두 군데 국경 검문소에서 각각 하루 최대 300명씩 망명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몰릴 것을 우려해 어느 국경에서 먼저 시작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방침은 바이든 정권이 출범 직후부터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이민정책 뒤집기'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민자들의 미국행을 저지하기 위해 2019년 1월부터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이민자들이 망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멕시코로 돌아가 기다리도록 했다.
이른바 '멕시코 잔류'(Remain in Mexico)로 불린 이 정책으로 인해 지금까지 7만 명가량의 망명 신청자들이 멕시코 국경 지역으로 돌려보내졌다. 대부분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 출신 이민자들이다.
그나마 지난해 6월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망명 심사 절차를 중단하면서 이민자들은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 국경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왔다. 기다리다 지쳐 불법 월경을 감행한 이들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멕시코 잔류' 정책을 철회해 망명 신청자들이 전처럼 미국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이전에 망명을 신청한 멕시코 내 대기자들에게도 미국 입국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이민정책을 개혁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치"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밝혔듯이 미국은 안전하고 질서 정연하며 인도주의적인 이민체계를 다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다만 이것이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며 정식 망명 신청을 하지 않고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이들은 적발해 즉시 추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