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급성 폐렴은 감염 몇 시간 뒤면 폐에 넓게 퍼진다. 하지만 늦지 않게 항생제 집중 치료를 하면 이런 폐렴은 대개 위중 단계까지 가지 않고 통제된다. 물론 인체의 면역 반응도 염증 억제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에게 생기는 폐렴은 확산 패턴과 속도가 전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선 코로나19 폐렴은 다른 폐렴처럼 빠른 속도로 넓게 퍼지지 않았다. 동시다발로 여러 개의 작은 병소들이 먼저 생긴 뒤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퍼졌는데 그렇게 되는 데 수 주가 걸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폐의 면역세포, 구체적으로 대식세포(macrophages)와 T세포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연구를 수행한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진은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폐렴의 확산 양상은 여기저기 생긴 작은 산불이 서서히 퍼져 거대한 숲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과 비슷했다.
이 과정에서 폐 조직이 망가지고 고열, 저혈압 등의 이상 증상과 신장·뇌·심장 등 다른 기관의 손상이 뒤따랐다. 코로나19 폐렴이 일반 폐렴보다 더 위중한 사례는, 이렇게 길게 늘어진 코로나19 폐렴의 확산 경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연구팀은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는 코로나19 폐렴 환자 86명과 일반 폐렴 환자 256명으로부터 폐 수액을 추출해 면역세포 유형과 발현도 등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폐 수액에서 분리한 면역세포의 RNA와 발현 단백질을 관찰해 어떻게 이들 면역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는지 알아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증 코로나19 폐렴의 치료 표적으로 지목된 게 대식세포와 T세포다. 보통 대식세포는 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대식세포는 오히려 폐 전반의 감염 확산을 부채질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중증도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이 비슷한 일반 폐렴 환자보다 낮은 것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 폐렴 환자는 더 오래 병증에 시달리지만, 폐 자체의 염증은 일반 폐렴만큼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코로나19 대응에는 무엇보다 장기간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예컨대 병상과 의료 인력이 충분하면 치명률을 20%에 묶을 수 있지만, 의료 체계가 무너지면 치명률이 40%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