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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금고가 텅 빌 때까지”

지역뉴스 | | 2020-12-24 10:10:01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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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자신이 가진 부의 상당부분을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정하는 억만장자들이 늘고 있다. 부의 재분배와 가진 자들의 도덕적 의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재산에서 돈을 떼어내야 하는 기부에도 불구하고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오히려 빠른 속도로 더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기부 속도’보다 ‘재산증식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다.

 

씽크탱크인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 조사에 따르면 ‘기빙 플레지’에 서명한 62명 억만장자의 재산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 팬데믹 속에서 지난 수개월간의 주식시장 호황, 특히 테크놀러지 주식들이 급등했음을 고려하면 이들의 재산은 한층 더 늘어났을 것이다. 분 단위, 시간 단위로 재산이 증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책연구소는 기부를 약속한 수퍼리치들의 재산이 이처럼 늘어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족이 설립한 사설재단 혹은 기부자들이 기금 운용방향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부자조언기금(DAF)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세금은 덜 내면서 현금은 쌓아두는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생색을 내면서 재산은 재산대로 증식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같은 기부행태를 ‘수퍼리치들의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연구소가 바람직한 기부로 꼽는 것은 재단이나 기부자 조언기금을 통하지 않고 도움이 절실한 현장 단체들에 직접 도움을 건네는 방식의 기부이다. 이런 이유로 정책연구소는 지난 7월 흑인대학 등 116개 기관에 총 17억 달러를 기부한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맥켄지 스캇을 ‘기부의 모범’으로 꼽은 바 있다.

 

스캇은 정책연구소의 평가가 전혀 그르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입증 해 주었다. 지난 주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 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384 곳의 단체에 무려 42억 달러를 또 다시 쾌척한 것이다, 그녀가 올해 기부한 돈의 액수만도 60억 달러에 달한다. 재단이나 기금을 통하지 않고 철저하고 방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기관과 단체들이 직접 돈을 건넨 것이다. 정책연구소의 척 콜린스 소장은 “자손들에게 물려주려 재단을 세우는 대신 신속하게 직접 지원에 나서고 있는 스캇은 억만장자들의 통상적인 자선방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맥켄지 스캇은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전 남편 소유 지분의 4분의 1을 받았다. 전체 아마존 주식의 4%에 해당하는 스캇 지분의 현재 가치는 아마존 주식 폭등에 힘입어 거의 6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세계 부자 순위 20위이다.

 

작가이기도 한 스캇의 기부와 관련한 철학과 소신은 뚜렷하고 명쾌하다. 가장 기본적인 신념은 “부라는 것은 결코 혼자 잘나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한 개인의 재산은 집단적 노력의 산물이자,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를 선물하지만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사회구조의 산물이다.” 그러면서 기부야말로 불평등한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소신도 분명하게 피력한다.

 

언제까지 통 큰 기부를 계속할 것인지와 관련한 대중의 궁금증에 대한 입장도 머뭇거림이 없다. “금고가 텅 빌 때까지 나누고 베풀겠다”는 것이다. 소유와 나눔에 대해 그 어느 억만장자들보다 확고한 철학을 갖고 적극적 실천에 나서고 있는 매켄지 스캇이야말로 ‘찐 기부여왕’이라 부를 만 하다. 스캇의 거침없는 나눔이 선뜻 주머니를 열지 못하고 있는 많은 억만장자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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