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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퇴보는 보이지 않았다

지역뉴스 | | 2020-12-04 14:14:47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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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이 계속되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게으름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다. 소파에 반쯤 기대앉아 무릎에 맥북을 놓으면 좀처럼 움직이려하지 않는 자세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진전없는 머무름이란 한치도 용납치 않았던 옹골진 추진력도 시속이 줄어들고, 세상을 향한 시선도 이원론적인 흑백원리의 정확성보다 유유자적 속박없는 편안함을 선호하게 된다. 산책길에 만나지는 체감온도의 수은주와도 별 무상관이라 가끔은 표정없는 사람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군걱정까지 끼어들곤 한다.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걸림없는 유려한 표현이란 평가를 받곤 했었는데 대화 횟수도 서서히 줄어들고, 전화 수다마저도 멀뚱히 놓아버린지 까무룩이다. 모임이나 어울림에도 무심해지고 낯선 대면에서도 마음이 열리기까지 소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 흰 머릿결도 듬성듬성으로 그럭저럭 어울리는 세월의 틈새 길 위에 서버렸다. 실버세대로 기울어가는 모습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가늠보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듯 순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퇴보는 부지불식간 숨바꼭질처럼 낌새를 느낄 겨를 없이, 알게 모르게 다가오고 있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후진이란 외투를 걸치고 그 위에 겹으로 껴입는 희극을 연출하고 있는 품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듯 촉발되던 감각적인 자극을 수용하는 반응에는 흐트러짐이 없는 것 같은데 가을이 안겨주는 민예함 탓인지 춥고 쓸쓸해진다. 뒷걸음질인지 역류 현상인지 일상이 물러난 느낌이다. 타자화된 소극적 반응에서 오는 흐트러짐의 모양새는 없어야 할 터인데. 완벽을 지향했던 결함 또한 선회한지 오래지만, 이룸을 향한 추구에는 어리석음이란 경고를 받게 될 것 같다. 존재의 역할적 균형이 보이지 않는 퇴보로하여 소임이 흔들리고 있었나보다. 

글쓰는 일에 매달리다보면 무엇에든 근원까지 접근해야 했었고, 허접한 일상 이치에까지 그 깊음에 집중하려 했던 습관 또한 쓸모없는 구저분한 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오만이든 편견이든 어느 쪽도 아니길 바램해보지만,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자꾸만 뒤로 쳐지는 경마장 경주마 몰골이다. 작전상 후퇴였으면 좋으련만. 생의 흔적이 그려진 등고선을 지켜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도 크로스 패스하고 있는 중이다. 퇴보 과정의 순간 차단을 스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걸까. 게으름도 뒷 걸음질도 느긋함이란 위장으로 스며들었기에 가늠할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굳이 팬데믹을 핑계할순 없지만 보이지 않는 퇴보가 들어서도록 허락한 셈이 되고 말았다.

게으름이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느림의 미학까지 가세한 와중이라 허수로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일상의 속도감이며 보폭이 기대에 미치치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함을 인정한다. 남은 날들을 향한 기대와 포기 분포도가 한결같지 않았음에도 순순히 자복하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 위에서 남은 날들의 분량도 돌아보며 계획성있는 일상의 질서를 존중할 것, 현실 감각에 바탕을 두고 안전한 얼개를 갖추고 추락만은 하지 말 것. 퇴색되어 가는 느슨해진 일상의 통념에서 깨어나자고 긍지를 붙든다. 와중에 역설적이긴 하지만  미흡하고 허술함을 인지하고 내일의 더 나은 모습을 그리느라 최선껏 힘써왔기에 오늘이 있는게 아니었을까. 빈약한 부족함이 내보여질까 매사에 집중하며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집념의 보람으로 간직하고 싶다.

부족은 채움을 필요로 했고 넘쳤더라면 미혹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해서 퇴보는 또 다른 진보라는 학설이 건재하나 보다. 찬기운이 알맞게 배어드는 늦가을은 결코 넘침이나 모자람이 없기에 가을이 다하기 전에,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이제서라도 어떠한 결핍과 마주 하더라도 진보되고 싶은 에너지 생성을 일구어 내리라. 때아닌 쉼표로 착각하며 좀 더 쉬자, 좀 더 자자, 좀 더 느리게 살자 했던 틈새를 더는 내어주지 않으려한다. 

퇴행하려는 미욱함에서 최선의 제자리 걸음이라도 고수해내며 촌보일망정 진전의 범주에 들어설 수 있도록 심기일전 기회로 븥들려 한다. 정서의 허기도 보이지 않음이요, 바람의 몸살도 보이지 않음 같이 퇴보의 지경을 미처 감지하지 못했다는 속쓰림이 늦가을 허공으로 번져난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암울한 공포이긴 하지만, 드센 바람이 몰아치는 현실에서 호흡이 힘들어지면 뒤로 돌아서서 역행하듯 등짝을 바람막이 삼으며 뒷걸음질로 직진하면 되는 것이어늘. 

소설 ‘어린왕자’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퇴보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서 면죄부를 주고싶다. 무루춤했던 마음에 모처럼의 흐뭇한 유락을 허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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