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이 개표가 종료되기도 전에 최악의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20년 전인 지난 2000년 부시-고어 대선 때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소송 제기로 가뜩이나 급증한 우편투표로 지연되고 있는 개표가 더 지연되거나 앞으로 당락 윤곽이 나온 상황에서도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악의 경우 연방대법원이나 미 하원에 의한 당선인 결정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개표가 진행되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자 4일 곧바로 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당초 밀리던 위스콘신주에서 역전하며 앞서 나가자 위스콘신주에 대해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또 미시간주에서도 당초 밀렸던 바이든 후보가 역전하자 트럼프 캠프는 개표와 관련한 자신들의 의미 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개표가 끝난 표에 대한 재검표도 요구했다.
트럼프 캠프는 또 펜실베니아주에 대해서도 민주당 선거 당국자들이 투표용지 개표와 처리를 공화당 투표 참관인들에게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낸다면서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일시적 개표 중단을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니아주가 우편투표와 관련, 대선일(3일)까지 소인이 찍힌 투표용지에 대해 6일까지 도착 시 이를 인정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아직 계류 중이다. 연방대법원은 이 사안을 선거일 전에 신속 절차(패스트트랙)로 심리해 달라는 요청은 기각했지만, 사건을 맡을지 여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전에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상황이다.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니아주는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6개 경합주에 포함되는 곳이다. 펜실베니아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서는 전세를 뒤집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트럼프 캠프가 이미 행동에 들어갔거나 예고한 소송 외에도 추가적인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캠프의 소송전은 현지시간으로 4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한편, 이번 선거는 “사기 선거”라면서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예고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사실상의 대선 결과 불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캠프의 소송전은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사태를 능가하는 혼란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시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1,784표(0.1%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고 기계 재검표에서 부시 후보가 327표 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고어 후보 측은 수검표를 요구했고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연방대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기각 결정 이후 고어 후보는 패배를 승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