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꼬여만 가는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상황이 미국 언론의 눈에도 딱했던 모양이다.
세인트루이스 지역지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10일 'KBO리그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광현이 여전히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로 김광현의 기구한 사연을 전했다.
이 매체는 "김광현이 꿈을 좇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광현은 그가 던지는 커브볼처럼 잔인한 아이러니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도전이 오히려 김광현의 앞길을 막은 현 상황을 아이러니라고 표현한 것이다.
김광현에게는 지독히도 안 풀리는 시즌이다.
지난해 말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하고 올해 3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뽐낼 때만 해도 거칠 게 없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김광현은 낯선 미국에서 4개월을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은 했지만, 김광현은 선발 경쟁에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게 밀려 마무리 투수라는 낯선 보직을 부여받았다.
지난달 25일 개막전부터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김광현은 1이닝 2실점 하며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후 선발진에 변화가 생기면서 김광현에게 드디어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선발 등판의 기회가 찾아왔다.
12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 하는 것으로 일정까지 확정됐지만, 상황은 또 꼬였다.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대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기는 계속해서 연기됐다. 김광현은 언제 등판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에 따르면 존 모젤리악 사장은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팀 내 여러 선수 중에서 특히 김광현의 사정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김광현은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왔다. 그런데 미국이 코로나19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대처를 잘하고 있다"며 "그는 가족을 보지 못한지, 6개월이나 됐다. 늘 행복한 얼굴로 웃는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모젤리악 사장은 "김광현은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 살고 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KBO리그는 벌써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지만,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고작 1이닝만 던졌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세인트루이스가 다시 경기하더라도 선수들의 내구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루틴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한 투수에게는 더욱더 그렇다"며 "김광현은 7월 25일 이후로는 아예 공을 던져보지도 못했다"고 걱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