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앙방송 "격노한 민심 부응해 비참하게 파괴"…남북관계 파국 치달아
대적사업 본격화…북한 총참모부 "남북 합의로 비무장한 지역에 군 투입"
청 "북 계속 상황악화시 강력 대응"…군 "군사도발 감행시 강력 대응"
북한이 16일 오후 판문점 선언의 결실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 뒤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남북관계가 파국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북한이 계속 상황을 악화시키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중앙TV 등은 폭파 2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5시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깨깨(남김없이)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해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해버린 데 이어 우리측 해당 부문은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가 개소 1년 9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날 남측에서도 개성공단이 위치한 곳에서 폭음 소리와 함께 연기가 목격됐다.
경기 파주시 대성동마을의 한 주민은 "'쾅' 소리에 집이 흔들렸으며, 개성공단 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말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에 대한 남측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완전 철거, 연락사무소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하면서 대남 압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9일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연락채널 단절, 연락사무소 폐쇄 등의 조처를 했다.
북한은 향후 본격적인 대남 군사도발에 나설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공개보도 형태로 발표한 보도에서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 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고 밝혔다.
북측이 말한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는 개성과 금강산 일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개성공단 철거에 이어 개성에 군 투입의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즉각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일방 폭파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뒤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청사 폭파에 대해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며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연락사무소 파괴는 2018년 판문점 선언의 위반이고, 남북연락사무소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의 일방적 파기"라며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입장을 내고 "북한이 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돌발 군사상황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