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비용 늘고 기부 줄어
미국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사립대들은 아예 문을 닫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1846년에 설립된 일리노이주의 맥머리대는 더 이상 재정적 활로를 찾을 수 없다며 이번 학기를 끝으로 영구 폐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대학은 남북전쟁과 대공황도 버텨냈으나 코로나19는 비껴가지 못했다. 이미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강좌 준비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늘고 기부금도 줄자 생존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학 측은 “바이러스가 마지막 희망을 날렸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149년 전통의 샌프란시스코 예술대학도 지난달 초 신입생을 받지 않고 학위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등 제한적 운영에 들어간다고 공표했다.
맥머리대의 폐쇄 결정은 미 대학사회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감염병 영향으로 예기치 못한 비용이 증가한 데 더해 학생들마저 등록금 환불 소송을 제기하면서 학교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50곳 이상의 대학에서 등록금 관련 소송이 불거졌으며, 학생 수십만명을 대리하는 집단소송도 추진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대학들은 가을학기에도 등록금 수입이 급전직하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오프라인 수업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대거 휴학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은 터라 대학들이 재정적 돌파구로 삼았던 상당수의 외국인 유학생들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학 재정 확보의 큰 축을 담당했던 스포츠 행사가 중단된 것도 심각한 타격이다. 대학 풋볼 우승 후보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렘슨대의 경우 1억2,800만 달러에 달하는 스포츠 운영 예산 중 3,100만 달러를 입장권 수입으로 충당해 왔지만 경기가 없다 보니 수익이 전무하다고 일간 월스트릿저널(WSJ)은 전했다.
기부금 수입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 최근 학생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은 일부 대학들엔 코로나19가 마지막 숨통을 조이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감염병 사태 전 1,000여곳의 미 사립 인문대 중 5년 안에 100개 폐교를 점쳤던 로버트 젬스키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얼마 전 두 배 증가한 200곳이 내년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치를 바꿨다. 뉴욕주 해밀턴대의 데이빗 위프만 총장은 WSJ에 “코로나19가 대학들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복합위기)’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