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최고 인기 자동차경주인 나스카(NASCAR)의 드라이버들은 22일 경주차 운전석 대신 게임 모니터 앞에 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시즌이 중단되자 나스카 측은 큰 기대 없이 ‘e나스카 시리즈’를 기획했는데 여기에 30명 넘는 전·현직 드라이버가 참가한 것이다. i레이싱이라는 유명 모터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벌인 이날 대결은 폭스스포츠를 통해 TV 중계까지 됐다.
스포츠계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게임을 매개로 팬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게임으로 소통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키면서도 심리적 거리는 가까이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에서는 나스카뿐 아니라 포뮬러원(F1), 인디카 등의 드라이버들도 온라인 가상 레이스를 통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거의 모든 경기가 멈춘 상황이라 재방송만 틀던 스포츠 방송사들은 이런 이색 대결의 중계에도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축구도 선수들이 그라운드 대신 게임을 통해 팬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스페인의 한 유튜버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선수들에게 온라인 토너먼트 참가를 제안했는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 ‘라리가 챌린지’라는 이름의 번듯한 대회가 꾸려졌다. 참가 선수들은 각자의 진짜 소속팀을 골라 EA사의 피파20 게임으로 토너먼트를 벌였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대표로 각각 세르지 로베르토와 마르코 아센시오가 나섰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는 마르코스 요렌테가 참가했다. 피파20의 경쟁 게임인 PES2020과 후원계약 관계 때문에 마요르카 구단만 빠졌을 뿐 19개 구단을 대표해 19명의 선수가 게임 대결을 펼쳤다. 라리가 챌린지는 베팅업체가 베팅 대상 대회로 삼을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도 무기한 개막 연기 속에 ‘K리그 랜선 토너먼트’를 22일 열었다. 지난 7일 피파 온라인4를 통해 진행했던 K리그 개막전 가상 대결이 동시 접속자 1만3,000명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자 팬들의 요청에 따라 선수들의 온라인 대결로 판을 키운 것이다. 아프리카TV로 생중계된 이번 이벤트에는 경남·제주·포항·울산·인천·성남·대구·강원 8개 구단 선수가 참가했다. 연맹은 선수들이 평소 사용하던 게임 계정의 베스트11에 자신을 포함한 소속팀 선수 10명을 추가하게 하는 한편 패한 선수의 정체만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라리가 챌린지와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은 NBA 게임에 빠졌다. 트레이 영·조시 하트·디애런 팍스 등은 동영상 방송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NBA 게임 영상을 팬들에게 중계하고 있다. 2018년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 우승자인 제라인트 토머스도 팬들과 온라인에서 함께 경기하는 사이클 경주 게임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자전거에 탄 채로 즐기는 게임이어서 훈련 효과도 상당하다고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오른손) 선수들 사이에서는 ‘왼손 챌린지’가 유행이다. 집이나 가까운 연습 시설에 설치한 골프 시뮬레이터로 왼손 스윙을 측정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이다. 소문난 장타자인 브룩스 켑카는 어색한 왼손 스윙으로도 드라이버 캐리(날아간 거리)로 293야드를, 8번 아이언으로 194야드를 찍었다. 또 다른 장타자 더스틴 존슨은 왼손 드라이버 샷 캐리로 294야드를 기록했다. 굴러간 거리까지 포함하면 311야드까지 나갔다.
<양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