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스톱’된 유럽 축구가 새 일정 짜기에 들어간다.
16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유럽축구연맹(UEFA)이 17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를 포함해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현재 ‘올스톱’된 주관 대회의 새 일정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논의 사항은 올여름 열릴 예정인,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축구대회 유로 2020이다.
유로2020은 대회 60주년을 기념해서 개최국 한 곳이 아닌 유럽 12개국, 12개 도시에서 나뉘어 열릴 예정이었다.
이들 도시 중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도시는 개최지에서 제외하고 다른 도시에서 해당 경기 일정을 추가로 소화하는 등 탄력적으로 개최지를 변경해 코로나19에 대응한다는 게 UEFA의 기존 방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을 강타하고 있어 입장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는 모양새다.
현지 언론은 UEFA가 올해 12월로 유로 2020을 연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남자 국가대항전이 없는 내년 여름으로 아예 1년 연기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는 대회 연기를 UEFA에 공식 요청키로 했다.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4,747명, 누적 사망자는 1,809명으로, 두 수치 모두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연맹 회장은 메디아셋 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단된) 세리에A를 속개할 경우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일정까지 포함해 6월 30일까지 프로리그 일정을 마칠 계획”이라면서 “유로 2020 연기를 공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라비나 회장은 “유로 2020이 공정하게 치러지려면 개최를 연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리에A는 이탈리아 내 다른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내달 3일까지 리그가 중단된 상태다.
만약 예정대로 내달 3일에 재개하더라도 6월 30일은 돼야 정규리그 일정을 마칠 수 있으니 6월 12일 개막 예정인 유로 2020 연기를 요청하겠다는 게 이탈리아축구연맹의 입장이다.
한편 유로 2020이 가장 큰 문제라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5개 빅리그를 포함해 유럽 대부분 대회가 중단된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의 남은 대회 일정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영국 신문 ‘더 텔레그래프’는 이번 UEFA 긴급회의에서 회원국들은 ‘파이널 포(4)’와 ‘압축 8강’, 크게 두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널 포’는 국가대항전인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쓰이는 방식이다. 4개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개최지로 예정됐던 터키 이스탄불에 모여 나흘간 준결승 2경기, 3~4위 결정전, 결승전을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UEFA로서는 16강 남은 경기와 8강을 아예 치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과격하지만,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부담이 적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우 준결승에 오를 네 팀을 어떻게 정할지가 문제다. 챔피언스리그는 16강전 2차전의 8경기 중 4경기를 남겨놓고 중단된 상태다. 어떻게 정해져도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압축 8강’은 남은 모든 단계를 살려두되, 8강과 4강의 홈 앤드 어웨이를 단판 승부로 줄이고, 8강부터 결승까지 단 열흘 안에 끝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결정된다면 단판 승부를 어느 팀 홈구장에서 치를지를 정하는 게 문제가 될 전망이다. 원정팀이 되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장거리 원정길에 올라야 하기에 각 팀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UEFA는 아예 올 시즌 두 대회를 ‘없던 일’로 만드는 방안도 긴급회의에 선택지로 내놓을 예정이다.
‘더 텔레그래프’는 “더 중요한 자국 정규리그가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연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일정을 정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