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끝난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티렐 해턴(사진·AP)(잉글랜드)은 최종 라운드를 끝낸 뒤 동반 선수 마크 리슈먼(호주)과 악수를 했다.
자신의 캐디, 리슈먼의 캐디에 이어 그린 옆에 있던 진행 요원 2명과도 악수를 한 그는 그린을 벗어나 스코어 접수처로 이동하면서도 팬들과 손바닥을 마주쳤다.
PGA투어가 오랫동안 지속한 관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도 대다수 선수가 이 관행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빌리 호셜(미국)은 “악수를 하지 않는다면 골프 경기가 아니다. 감염이 두려워서 악수하지 않겠다면, 여기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가 경기 전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상대 팀 선수와 하는 악수를 중단하고 미국프로농구(NBA)는 팬들이 건네는 소지품에 사인을 해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딴판이다.
PGA투어는 아직은 ‘코로나19의 무풍지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도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PGA투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 다 호셜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팬 친화적으로 명성이 높은 리키 파울러(미국)는 늘 하던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조심해서 나쁜 건 없다”고 말했다.
잭 존슨(미국)은 팬들과 손바닥 마주치기 대신 주먹을 마주 대는 방식으로 바꿨다.
사인용 펜도 직접 들고 다니기로 했다. 선수들은 지금까지는 팬이 건넨 펜으로 사인을 해줬다.
물론 소신파 호셜은 “전과 다름없이 팬이 건네는 펜으로 사인해주겠다. 가서 손을 씻으면 그만이다.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PGA투어도 선수들이 사인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으니 팬들은 양해해달라는 공지를 띄웠다.
PGA투어 선수들의 진짜 걱정은 경기 중단 또는 무관중 경기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 테니스 경기가 취소되고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 플레이가 열리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해마다 개최하던 대중음악 축제도 취소되는 등 대규모 행사가 코로나19로 불발되면서 투어 대회도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중단까지는 아니라도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가능성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PGA투어 대회가 기상 악화 등으로 갤러리 없이 치러진 적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가 투어 통산 82승의 금자탑을 세운 작년 조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도 무관중 경기였다.
당장 오는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가 무관중 경기로 치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선수들은 무관중 경기도 달갑지 않게 여긴다.
그레임 맥다월(북아일랜드)은 “관중은 우리 선수한테 압박감과 함께 동기를 부여한다. 관중이 하나도 없는데 3점 슛을 적중시킨 농구 선수가 얼마나 맥이 빠지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