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우려대로 극심한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한 틈을 타 내 집을 장만하려는 주택 구입자들이 쏟아져 나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 어렵사리 매물을 찾아 구입 오퍼를 제출해도 여러 명의 다른 바이어와 경쟁을 치러야 하는 고충을 호소하는 구입자만 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극심한 매물 품귀 현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주택 구입자뿐만이 아니다. 집을 찾아달라는 고객의 요청은 밀려들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부동산 에이전트도 많다.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1월 주택 매물은 전달보다 약 14%나 하락, 201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택 매물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에이전트들이 체감하는 구입 경쟁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이 소속 에이전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거의 대부분이 복수 오퍼 상황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복수 오퍼는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구입자들이 구입 오퍼를 제출하는 경우로 주택 시세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레드핀에 따르면 주택 중간 가격이 1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1월 복수 오퍼 비율은 약 90%를 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이자율로 바이어가 급증하면서 주택 구입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구입 경쟁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모기지 이자율 하락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레드핀에 따르면 전국 주요 주택 시장 24곳 중 19곳에서 구입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LA 지역 역시 구입 경쟁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으로 나온 지 오래된 매물에까지 여러 명의 구입자가 몰릴 정도다. 어바인 지역의 리즈 플레스너 에이전트는 “모든 매물에 복수 오퍼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내 손님이 원하는 매물에 오퍼를 제출하면 번번이 다른 바이어와 경쟁을 해야 했다”라고 부동산 전문 매체 하우징 와이어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샌호제 지역의 제니퍼 톨레나 에이전트는 “첫 번째 매물을 놓친 고객이 두 번째 오퍼에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높이고 컨틴전시 조항을 삭제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조건을 포함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입자 24명이 오퍼를 동시에 제출하는 바람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사정은 동부 지역도 마찬가지다. 필라델피아의 브렌다 바이저 에이전트는 “손님에게 지난해 6월부터 팔리지 않는 매물을 보여주기로 했다”라며 “나온 지 오래돼 안심하고 있었는데 보러 가기 전 날 6명이 보고 갔고 다른 오퍼가 2건 더 들어왔다는 말에 손님이 크게 실망했다”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