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캔자스시트 칩스의 50년 만의 왕좌 복귀로 막을 내린 제54회 수퍼보울은 칩스의 3년 차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25)를 위한 대관식이나 다름없었다.
캔자스시티는 2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테디엄에서 열린 NFL 챔피언결정전인 수퍼보울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31-20으로 꺾었다. 이로써 캔자스시티는 1970년 이후 반세기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수퍼보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마홈스는 MVP와 수퍼보울 우승을 모두 달성한 최연소 선수가 됐다. 또한 24세 138일의 나이로 수퍼보울 MVP에 오르며 NFL 역대 최연소 쿼터백 수퍼보울 MVP 수상 기록도 썼다.
그전까지 만 25세 미만의 나이에 수퍼보울 MVP를 차지한 쿼터백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슈퍼스타 톰 브래디뿐이었다. 또 마홈스는 흑인 쿼터백으로는 더그 윌리엄스(전 워싱턴 레드스킨스), 러셀 윌슨(시애틀 시호크스)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수퍼보울 MVP에 올랐다.
마홈스는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아버지(팻 마홈스)에게서 강한 어깨를 물려받았다. 풋불과 야구, 농구를 병행했던 고교 시절인 2014년 3월에는 삼진 16개를 잡아내며 노히터 경기를 펼쳐 투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마홈스는 대학 진학 후 2학년 때부터 풋볼에 전념했고, 2017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캔자스시티의 지명을 받았다.
마홈스가 NFL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홈스는 첫 풀타임 시즌인 지난 시즌에 5,000패싱 야드와 터치다운 패스 50개를 동시에 달성하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리그 MVP에 뽑히며 단숨에 NFL을 대표하는 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강한 어깨에 발이 빠르고, 러닝 스로우에도 능해 상대의 어떠한 수비 전술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마홈스는 캔자스시티의 해묵은 우승 한을 풀어줄 희망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뉴잉글랜드와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해 수퍼보울 진출에는 실패했다.
올해 다시 한번 수퍼보울 진출에 도전한 마홈스는 시작부터 운이 따랐다. 캔자스시티는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마이애미 돌핀스가 뉴잉글랜드의 발목을 잡아준 덕분에 플레이오프 2번 시드로 와일드카드 경기를 건너뛰었다.
대망의 수퍼보울 무대에서 만난 샌프란시스코는 박빙의 승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홈스는 샌프란시스코의 강력한 압박에 고전했다. 특히 2개의 인터셉션을 허용하며 팀을 위기에 빠뜨렸다. 샌프란시스코는 마홈스가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4쿼터 중반까지 20-1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영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등장하는 법이었다. 마홈스는 4쿼터 들어 두 차례 결정적인 장거리 패스로 분위기를 단숨에 캔자스시티 쪽으로 돌려놨다. 마홈스의 패싱 게임이 살아난 캔자스시티는 3연속 터치다운에 성공하며 드라마와 같은 역전승을 이뤄냈다.
마홈스는 이날 패스 시도 42번 중 26번을 정확하게 연결해 286 패싱 야드를 기록했다. 패스로 2번, 발로 1번 등 총 3개의 터치다운을 작성했다.
왜 그가 현재 NFL 최고의 쿼터백으로 불리는지 입증한 마홈스는 경기 후 주관 방송사인 폭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코 신념을 잃지 않았다”며 “그것이 역전승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3쿼터는 내가 원하던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팀 동료들은 나를 믿었고,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