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PGA 투어에 버금가는 새로운 프로골프투어가 2년 뒤 출범을 예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에서 설립된 월드골프그룹(WGG)이라는 단체는 오는 2022년 프리미어골프리그(PGL)를 시작한다고 최근 보도자료를 주요 매체에 돌렸다. PGL은 총상금 2억4천만 달러를 내걸고 8개월 동안 18개 대회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PGA 투어 총상금 4억 달러의 절반가량이지만 개최 대회 수가 절반 이하라서 대회당 상금 규모는 더 크다.
PGL대회는 특히 150여명 안팎의 선수가 출전하는 PGA투어 대회와 달리 48명의 선수만 출전한다. 선수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PGA투어 대회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PGL 대회 우승 상금만 500만 달러에 이른다. 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 상금의 두배가 넘는다.
시즌 17번째 대회에서 시즌 상금왕이 결정되고 마지막 18번째 대회는 팀 대항전으로 치른다. 선수는 팀 구단주 자격을 부여해 최종전 수익금을 나누어 가질 기회를 준다.
WGG는 세계 정상급 선수 48명을 빼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설명 자료에서 “팬과 선수, 방송사 모두 딱 원하는 방식이라서 반드시 성공하리라 확신한다”면서 “정상급 선수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PGL 설립에는 뉴욕 월스트릿의 투자 은행이 뒷돈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스베가스 스포츠 도박업체들도 투자할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가능성에 PGA투어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PGA 투어는 PGL 창립 움직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실제로 존재하든, 허상이든 관계없이 다른 투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PGL 창립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섞인 언급이다.
경계심도 드러냈다. 만약 PGL에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면 PGA투어는 졸지에 마이너리그로 전락한다는 위기감을 감지했다는 분석이다.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는 최근 선수위원회 위원 16명을 따로 만나서 “PGL과 PGA투어 양쪽 다 뛰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유럽프로골프투어 역시 “우리 일에 집중할 뿐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짜증이 묻어나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은 그러나 동요하고 있다.
골프닷컴은 “선수들에게 가장 큰 동기는 돈”이라면서 “PGA 투어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기간에 많은 정상급 선수가 (초청료를 주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회에 출전하지 않느냐”며 새로운 프로골프투어의 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PGA 투어 선수는 “정상급 선수 48명에게는 8개월 동안 18개 대회를 치르고 큰돈을 받아 가라는 제안은 입맛 당기는 유혹이 분명하다”면서 “대회 스폰서나 방송사도 정상급 선수 48명의 출전이 보장되는 대회라면 선뜻 돈을 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상당수 정상급 선수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WGG 측이 연락해 새로운 프로골프투어 합류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PGA투어에 대항하는 새로운 프로골프투어는 1990년대 중반 그렉 노먼(호주)이 앞장서서 만들었던 월드골프투어가 대표적인 사례지만 충분한 돈을 끌어들이지 못해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