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년의 거의 절반을 관광객들과 여행지에서 보낸다.
오랫동안 사진을 공부하고 개인 사진전도 열었던 필자는 여행객들에게 사진을 직접 찍어주며 여행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눈다. 어떤 단골 고객은 본인이 찍은 사진은 시시해졌다며 연달아 사진을 찍어달라고도 하는데 필자는 오히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정성들여 찍어준다.
여행객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나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얘기하는데 많은 한인들이 다시가고 싶은 여행지로 꼽는 곳이 스페인·포르투갈이다. 이번 엘리트 투어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 프로그램도 1년에 딱 한번 고객들의 요청으로 딜럭스 프로그램을 이루어졌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만큼 한인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여행지다.
예술과 낭만,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이름만 들어도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이슬람 문화의 추억과 고풍스러운 건축물, 그리고 따스한 햇볕을 머금은 지중해의 낭만까지 스페인은 가는 곳마다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포르투갈이다. 고풍스러우면서도 빈티지의 매력을 간직한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의 주역의 나라답게 가는 곳마다 품이 크고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나라다.
가우디의 혼이 깃든 바르셀로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은 도시가 바로 바르셀로나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의 혼이 깃든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여행가들은 가우디 건축물의 신비하고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그 중에서도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가우디 성당·성가족성당)는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발길이 머무르는 곳이다. 지난 1883년 착공, 136년째 공사 중인 미완의 대작이다. 가우디가 별세한 이후 100년이 되는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지금도 공사가 한창이다.
가우디 성당은 이해하기 힘든 외관에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내부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우선 가로 150m, 세로 60m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당하며 이해하기 불가한 기이한 형상과 오밀조밀한 조각에 놀란다.
예수의 탄생, 수난, 영광이란 이름을 가진 3개의 파사드(성당출입구)와 12제자를 의미하는 12개의 첨탑 등 건축과 조각에 얽힌 오묘한 배경과 스토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외관에서 나타나는 고딕식의 묵직한 성당 모습과는 달리 빛이 쏟아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에 눈이 부신다. 나뭇가지처럼 뻗어진 대리석 기둥과 화려한 스테인글라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기하학적인 건축물과 어우러저 여행객들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가우디의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건축물은 구엘공원이다.
가우디를 후원했던 구엘 백작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가장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건설하려 했던 구엘공원. 아기자기한 곡선의 건축물에 갖가지 빛깔의 타일 장식, 나선형 계단 등은 미완성으로 끝나기엔 너무나 아쉬운 작은 도시공원이다.
애잔한 추억 알함브라 궁전
스페인은 가는 곳마다 추억과 낭만이 넘치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슬람 문명을 느끼게 하는 안달루시아 지역은 이슬람 건축의 기하학적인 건축기술과 정교하고 섬세한 스타일의 심미주의 향기에 취하는 곳이다. 스페인에 간다면 ‘안달루시아로 가라’할 만큼 안달루시아는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동시에 녹아있는 문화와 예술의 지방이다.
그중에서도 ‘알함브라의 추억’의 알함브라 궁전은 안달루시아 지역의 이슬람 건축 최대의 걸작품이다.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하기 전에 스페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타레가의 ‘알함브라의 추억’을 한번쯤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알함브라의 추억’은 짝사랑한 콘차 부인으로부터 거절당한 애절한 사연을 달빛 속에 알함브라 궁전을 걷다가 분수대의 물방울 소리를 듣고 작곡했다는 애절한 노래다. 하얀 쟁반에 은구슬이 굴러가듯 동일한 음을 연속적으로 터치하는 트레물로 기법의 감미로운 선율은 알함브라 궁전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신다.
‘알함브라’는 ‘붉은 성’이란 뜻인데 성곽의 외벽이 붉게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에 쫓겨 800년간의 이슬람의 번영과 영광, 패배와 좌절이 고스란히 남겨진 알함브라 궁전의 관광은 스페인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예술과 정열 안달루시아
정열의 집시 춤 ‘플라멩고’의 도시 세비야는 안달라루시아 지방의 주도인 항구도시다.
‘세비야의 이발사’, ‘돈 조반니’ 등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예술의 도시임 세계 3대 대성당으로 알려진 세비야 대성당의 도시다. 다른 두 성당은 바티칸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이다.
대충 돌아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어마어마한 규모와 화려한 은빛 제단에 놀란다.
특히 성당내부에 위치한 콜럼버스의 무덤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콜럼버스 무덤은 4명의 왕이 떠받치고 있는 모습인데 그 사연이 기구하다.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당시 지원을 끓고 냉대했던 스페인에 진한 반감을 갖고 있었는데 1537년 발견된 유언장에 “내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어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에 발을 디뎠던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옮겨졌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온 콜럼버스 유해는 스페인 정부가 그의 유언을 지켜주기 위해 땅에 묻지 않고 당시 4대 국왕이었던 카스티야, 레온, 나바라, 아라곤의 4명의 왕으로 하여금 콜럼버스의 관을 짊어져 발이 땅이 닿지 않도록 하는 사상 유래 없는 무덤이 됐다.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은 1929년 스페인 만국박람회장으로 사용됐던 장소로 반원형의 거대한 광장을 품고 있는 거대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최고의 휴양도시 론다와 말라가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와 ‘무기여 잘있거라’를 이곳에서 집필했다는 여인의 도시 론다, 코르도바를 가로지르는 과달키비르 강 위에 놓인 로마교 위를 걷는 집시의 여인을 보며 영감을 얻어 쓴 오페라 카르멘의 도시 코르도바, 피카소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스페인 최고의 휴양도시 말라가 등은 스페인이 여행객들에게 주는 최고 선물의 도시들이다. 스페인은 이밖에 2천여전에 만들어진 물을 수송하는 수도교 등 볼 것이 너무 많다.
포르투갈 파티마 대성당
포르투갈은 매년 4백만 명 이상의 가톨릭 순례자들이 찾는 가톨릭의 성지 파티마 대성당의 나라다.
1917년 5월부터 10월까지 매월 13일마다 3명의 어린 목동 앞에 성모마리아가 나타난 기적을 기념해 이곳을 성지로 지정해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방문하는 곳이다. 30여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광장과 관광객들도 미사를 볼 수 있는 성당 등 성지로서의 엄숙함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근처 식당에서 수녀들이 직접 만든 빵과 음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땅끝마을 까보다로까
한국의 땅끝마을이 해남이라면 유럽의 땅끝마을은 포르투갈 까보다로까이다.
대서양의 시작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마침표를 찍는 곳이다. 수십미터 높이의 절벽위에 빨간색의 등대와 함께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포르투갈의 유명시인 카몽이스의 싯구가 적힌 팻말이 있어 ‘아 내가 유럽의 땅 끝에 서있구나’하는 감회에 젓게 된다.
5월에는 언덕위에 노란색과 보라색의 패랭이 꽃이 만발해 절경을 이룬다.
포르투갈은 이밖에 수도 리스본을 비롯해 수도자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벨렘지구 등이 관광지다. 테주강의 귀부인으로 불리는 벨렘 탑, 제르니무스 수도원 등은 꼭 가봐야 할 명소다. 벨렙 탑은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19세기 초까지 잔혹하고도 악명 높은 수중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미누엘 양식으로 건축된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아치형 천장에 섬세하고 다양한 상징물을 표현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사진·빌리 장 여행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