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법재판소가 오는 12월 12일 ‘국적법 규정에 관한 헌법소원’(2016 헌마 889)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종준 변호사(워싱턴로펌 대표·사진)가 주도한 다섯 번째 헌법소원으로 크리스토퍼 멀베이 주니어군을 청구인으로 2016년 제기한 것이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병역의무와 관련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원정출산과 이민출산의 분명한 차이를 밝히고 홍준표법의 위헌성을 지적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병역기피를 위한 원정출산을 막고자 2005년 홍준표법이 만들어졌으나 정작 이와는 상관없는 한인 2세들이 피해를 받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선천적 복수국적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국적이탈에 대한 홍보도 부족해 한인 2세들의 공직진출이나 직업선택에 있어 국적문제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되면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시작됐다.
이번 제5차 헌법소원 청구인인 멀베이군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당시 한인 어머니의 국적으로 인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됐다.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지만 비합리적이고 복잡한 국적이탈의 과정으로 인해 사실상 포기하고 말았다.
이처럼 한국의 병역문제와는 무관한 한국계 2세들이 한국국적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포기하겠다는 것조차 막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부정적인 국민정서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이유로 병역법 개정을 외면해왔었다. 지난 2015년 제기했던 제4차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다수의견으로 ‘(한인 2세들이) 공직 진출을 못하는 것은 극히 우연적인 사정’이라고 말했으나 이에 대해 전종준 변호사는 “미국 내에서 공직진출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함으로 해당 국적법 규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동시에 국적이탈에 대한 통보가 없었던 점은 적법절차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반박해왔다.
일반적으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지만 사회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등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의 경우에만 공개변론이 열리는 만큼 이번 제5차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 일정이 잡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2013년 1차 헌법소원 이후 6년 만에 이루어진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전 변호사는 “천만 해외동포 시대가 열리고 남미 볼리비아에서는 한국계 대통령 후보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공개변론을 통해 세계화에 역행하는 국적법의 문제점이 부각되면 앞으로 국회에서 국적법 개정을 다루는데 있어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이루어진 후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사례에 따라 한 달에서 일 년까지 걸리는 만큼 이번 제5차 헌법소원에 대한 최종결정이 언제가 될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