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출판사 올 여름 VBS 교재 논란
‘라이프웨이’ ‘그룹 출판사’ 교재 등
흑인·노예 대한 인종차별 논란 불씨
여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교회의 ‘여름성경학교(VBS)’. 교회별로 대체로 6월 말부터 시작되는 VBS가 올해는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의 배경을 짚어본다.
■문제의 VBS 교재는…
여름성경학교로 불리는 VBS(Vacation Bible Study)는 대형 출판사들이 제작한 VBS 교재를 교회가 단체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의 교회마다 VBS 주제가 겹치는 이유다.
몇몇 출판사들이 올해 선보인 VBS 교재들은 유독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 눈에 많이 띈다. ‘라이프웨이’가 내놓은 ‘야생에서(In The Wild)’란 주제의 교재는 아프리카 사파리 체험을 성경공부에 접목시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다른 대형업체인 ‘그룹 출판사’는 ‘인생은 험난하고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의미의 ‘Roar! Life is Wild, God is good’이란 주제로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다뤘지만 인종차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룹 출판사는 논란 초기에는 성경의 시대를 재현했을 뿐이라는 입장만을 내세웠다가 계속된 비난에 결국 무릎을 꿇고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 후 교재 내용을 곧바로 수정해 웹사이트에서 내려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논란이 된 VBS 교재를 구입한 교회만 올해 1만여 곳에 이르고 전국의 많은 한인교회에서도 올해 이 교재를 VBS 주제로 채택한 상태다.
■노예 왜곡, 언어 조롱
문제가 된 교재의 논란거리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이집트에서 벽돌을 만들며 노예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민족과 이들을 조롱하는 관원들의 모습을 VBS 등록생들이 역할을 나눠 직접 연기하는 부분에서 흑인 학생이 노예 역할을 맡았을 때 발생 가능한 인종적 편견에 대한 우려다.
또한 이 대목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아프리카 남서부 지역 등에서 사용하는 일명 ‘클릭 랭귀지’를 활용해 각자의 이름을 해당 언어로 친구들에게 소개하도록 한 것도 논란이다. 클릭 랭귀지란 ‘똑딱’ 소리와 비슷하게 혀를 차면서 내는 발음이 섞인 언어다. 어린이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비디오를 보여준 후 따라하도록 하면서 특정 언어를 희화화한 것은 문화적인 이해가 부족한 교육방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어 마지막으로 아프리카를 대륙이 아닌 나라로 표현한 실수를 범했다.
섬에 표류한 난파선이나 동굴탐험 등 매년 다양한 주제로 VBS 교재가 나왔지만 올해만큼 뜨거운 논란이 됐던 적은 없었다. 일부에서는 아예 교재를 리콜하고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논란 둘러싼 또 다른 논란
교재에 등장한 아프리카 민족과 노예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의 불씨는 출판사 개발팀에게로 번졌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출판사 교재 개발팀의 단체 사진을 돌려보며 인종적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비아냥거렸다. 팀원들이 모두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백인 위주로 팀을 구성하고 제작하다보니 특정 인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출판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양한 인종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제작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문위원단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교재 내용을 수정한 후에도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의 민족들을 거칠고 사나운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문명에 뒤떨어진 미개한 민족으로 그려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마치 백인들이 식민지로 삼았던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삼은 흑인들을 사파리로 동물 구경하듯이 대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서는 노예 역사도 역사일 뿐이고 역사를 임의로 수정해서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이런 논란을 일으키는 자체가 논란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내비쳤다.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