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은 여성보다 차별에 대한 이해능력이 떨어지지만, 딸이 있으면 이런 이해능력이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여성가족특임위원회는 정신건강영역 종사자와 교사, 일반인 등 540명(여 282명, 남 258명)을 대상으로 ‘차별감수성’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12일 밝혔다.
‘차별감수성’은 성별(젠더), 인종, 경제력, 연령, 학력, 장애, 직업 등의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 잘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한남충’이나 ‘김치녀’ 등의 극단적인 남녀 갈등 및 갑질 문화, 호모포비아 등 사회적으로 무차별한 집단 반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본다.
설문조사는 정유숙 성균관의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 5월23일부터 6월30일 사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남성의 차별감수성 총점은 73.52점으로 여성의 78.96점보다 크게 낮았다. 이는 대체로 남성이 여성에 견줘 좀 더 차별적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딸이 있는 남성의 차별감수성 총점이 75.09점으로 딸이 없는 남성의 72.25점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남성이 딸을 둔 경우 성차별 등의 젠더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차별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가족 중에 여자 형제를 둔 남성의 차별감수성은 오히려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낮았다. 이는 여자 형제가 있으면 남성들이 좀 더 여자를 잘 이해하거나 여성스러울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결과다.
연구팀은 “여성 형제가 있는 남성은 차별적인 구조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사회적 위치에 이미 적응돼 있어 오히려 차별감수성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유숙 교수는 이번 연구가 정신건강의학 측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차별감수성 조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교수는 “차별감수성이 딸을 둔 남성에게서 높게 나타난 건 교육이나 환경에 의해 차별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차별적인 인식에 대한 계몽을 강화하면 집단적인 감정 반응과 공격적 행동을 줄일 수 있는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