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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노년을 그리다

지역뉴스 | | 2018-06-09 19:19:01

행복한 아침,김정자,수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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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경리씨는 운명하기 몇 달 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고. 그리고 여류작가 박완서 씨가 노년에 썼던 글이다. ‘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 입을 수 있는 것 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 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하고 싶다고 말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살아오면서 볼 꼴, 못 볼 꼴 충분히 봤다. 한 번 본 것 두 번 보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어떤 책임을 벗고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 라고. 두 분 모두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로 조용한 시골집에서 행복하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이다. 노년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보여주셨고, 이렇게 나이 먹어야 한다고 잔잔한 몸짓으로, 말 없이 노년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조용한 표현으로 가르쳐 주셨다. 지성의 흐느낌이 있으신 분들이시다. 

사람이 한 생을 살아가면서 하루들은 저녁이 여유로워야 하고, 한 해는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일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한다고 했다. 농부는 고된 하루를 끝내고 가족들과 저녁 밥상을 함께 대하는 넉넉함의 여유로움이요, 봄 부터 땀흘린 수고로움으로 가을걷이를 곳간에 채우고 긴 겨울을 보내는 아늑한 여유로움이요, 잘 키워낸 자녀들이 짝을 만나게 되고, 노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다복함을 누리는 여유로움이 나이를 먹어 갈수록 따뜻하게 그 여지가 가슴에 와닿는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파도가 훑고간 촉촉한 모래톱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과 비등이 된다. 천천히 거닐든 빠른 발자국을 남기든 파도는 상관도 하지 않는 것인데 어쩐지 고른 발자국을 남기고 싶음을 숨길 수없음이다. 뒤뚱대며 걷느라 한 쪽이 더 깊이 파인 자국이며 비틀거리며 찍어놓은 찌그러진 발자국들로 자국을 남겨가고 있다. 파도에 쓸려가고 지워지는 발자국일랑은 어쩔 수 없으매 돌아보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존재감을 찾아 어디에서라도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마음을 종국엔 접어야 하는 것을. 무심으로 발자국을 남겨두고 싶은 객쩍은 욕심이 머쓱하게 드러난 것 같다.  

삶의 보폭과는 관여없이 순서에 메이지 아니하며 언젠가는 이 땅을 떠나야 하기에 더 넉넉해지고, 작은 일에도 감사가 우러나고, 스스로 세운 경계에도 모호해지고, 미움도 시기도 희미해지면서 용서에도 그리 까탈을 부리지않게 되는 순리를 터득하게 된다. 삶을 향한 속도감 강도도 줄어든다. 안식을 방해받지 않으며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자유를 맛보게 되는 은혜가 주어진다. 외부적인 속박이나 복잡한 규제나 구속이나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아니하는 엄청난 생의 자유무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자기발전, 삶의 일진보를 위해 자연이나 사회적인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일에서도 조금은 느슨해져도 나무랄 사람이 없다. 초조해할 이유 또한 없음이다. 나이가 더해갈수록 파장없는 음의 영역까지 들을 수 있어진다. 여름 소나기가 도시의 소음과 분진을 산뜻하게 씻어줄때면 마음까지도 씻김받기를 기도하는 마음 위에 빗방울 소리가 숨결처럼 귓가에 날아와 살며시 내려앉음을 차분히 반길 수 있음도 노년 특유의 기쁨이다.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어떤 모습의 노년을 맞이할 것인가는 이미 살아오는 동안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년이란 금을 긋듯 경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며들듯 다가오는 것이라서 생의 그림을 두루뭉술 그려온 분들은 어영부영 촛점 없는 노년을 보낼 수 밖에. 인생은 창세전의 카오스처럼 갈등의 혼돈이 진행 중이다. 반듯한 삶을 간수하며 살려해도 세상은 전쟁을 일으키고 인생들은 사랑에 빠지고 태어나고 꿈의 쟁취를 위해 달리고 생을 이끌고 밀고 당기며 살아가고 있다. 처해있는 현재를 보잘것 없다거나, 허술하다고 여기며 엉성하게 다루거나 어설프게 넘겨보내는 것은 허름한 노년으로 치닫게 되는 낡은 생각에 머물 수 밖에 없음이라서 남은 생의 여정을 초라하게 만들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시간은 결코 물리적으로 조각들은 모아 놓은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이라는 시점에서 삶의 의미에 집중하며 삶의 소중함에 충실해야 견실하고 실팍한 추억을 남길 수 있을것이며 안락하고 평안이 깃든 행복한 노년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실은 젊은이들도, 중년도 모두 노년의 그림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 사유로 시공간의 존엄한 현실로 받아들여야할 실사임을 새겨갔으면 싶다. 연령불문 모든 인생들은 하루하루 노년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알듯 모를듯 티저 영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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