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구입할 집을 찾는 바이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매물량이 늘어날 기미가 없어 바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구입 수요가 가장 많은 ‘스타터 홈’(Starter Home) 매물이 바짝 말라 전체 주택 거래량도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가을 주택 시장에 나온 매물량은 1년 전에 비해 약 15%나 감소했다. 이중 가격대가 낮아 주로 첫 주택 구입자들이 많이 찾는 ‘스타터 홈’ 매물은 2012년과 2016년 사이 무려 약 44%나 빠진 뒤 현재까지 채워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주택 정보업체 ‘밥 빌라’(Bob Vila)가 스타터 홈 시장의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 원인을 분석했다.
급매성 매물들 투자자 손에 대거 넘어가
규모 조금 더 큰‘업그레이드용’매물도 부족
주택 건설업계 저가대 주택공급 안해
■ 주택 시장 침체로 임대 주택 양산
약 10년 전 경기 대침체 및 주택 시장 침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주택이 은행에 압류됐다. 경기 침체로 갑자기 소득이 감소한 일부 주택 소유주는 모기지 대출 상환 능력을 잃고 자진해서 보유 주택을 은행에 넘기기도 했다.
또 일부 주택은 잔여 모기지 대출액 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되는 이른바 ‘숏 세일’ 매물로 시장에서 거래됐다.
이렇게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온 급매성 매물들은 당시 대부분 부동산 투자자들의 손에 대거 넘어갔다. 헐값에 나온 급매성 매물을 대량으로 구매한 투자자들과 기관은 매입 주택을 거의 대부분 임대용 매물로 전환해 주택 임대 시장에 다시 내놓았다.
당시 투자자들이 사들인 매물은 주로 저가대 매물들로 임대 매물로 전환되는 과정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수년전부터 매매용 매물로 주택 시장에 공급됐어야 할 매물들이다.
■ 업그레이드용 매물도 심각한 부족
‘스타터 홈’에 비해 규모가 조금 큰 ‘업그레이드 용’(Trade-Up Properties) 매물 시장 역시 극심한 부족난을 겪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집을 팔고 큰 집으로 이사 가려고 해도 마땅한 매물을 찾기 힘들어 집을 마음 놓고 내놓지 못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많은 실정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에 따르면 업그레이드 용 매물 역시 2012년과 2016년 사이 무려 약 4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재 거주 중인 스타터 홈을 주택 시장에 내놓지 않고 대신 리모델링을 실시하거나 아예 조금 더 거주하는 ‘스테이 풋’(Stay Put) 현상이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 늘고 있다.
■ 건축 업계, ‘저가대 주택 남는 게 없다’
‘스타터 홈’ 매물 공급이 막힌 원인 중에는 주택 건설 업계의 책임도 있다. 주택 건설 업계가 과거와 같이 저가대 신규 주택을 원활히 공급했다면 지금과 같은 매물 부족 사태를 겪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건설 업계도 저가대 신규 주택을 짓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고 있다. 그간 인건비, 자재비, 건설용 부지 가격 등 건축비가 끊임없이 올라 저가대 신규 주택의 수익폭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결국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판단에 주택 건설 업체들은 저가대 신규 주택 공급을 줄이고 대신 고가 주택 건설로 눈을 돌렸다.
고가 주택의 경우 판매 수익도 높을 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의 재정 및 신용 상태가 양호해 판매가 수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 주택 장기 보유로 인식 전환
주택 시장 침체 직전의 경우 주택 구입 뒤 단기간에 되 팔겠다는 계획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들이 많았다.
그러나 대규모 침체를 겪으며 주택을 장기 보유해야 투자 가치도 오른다는 인식이 많아졌다. 스타터 홈도 예외는 아니다.
결혼, 출산, 이직 등 변화가 많은 첫 주택구입자들이 스타터 홈의 주 수요층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뿌리를 내리겠다는 계획으로 스타터 홈 구입에 나서는 첫 주택 구입자들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타터 홈을 구입한 주택 보유자들은 당분간 집을 내놓을 계획이 없어 매물 공급도 쉽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낮은 이자율 아까워 집 못 내놔
장기간 사상 최저 수준에서 머물던 모기지 이자율이 올 들어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낮은 이자율로 모기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보유자들은 당분간 집을 내놓으면 오히려 불리해진다.
새집을 구입할 때 오른 모기지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대출에 비해 이자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낮은 이자율로 주택을 구입한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주택 처분 대신 리모델링 실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학자금 융자 부담에 첫 주택 구입 시기 지연
첫 주택을 구입하고 싶지만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 때문에 구입을 포기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상당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으로 인해 스타터 홈 거래가 약 35%나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앞으로도 학자금 융자 부담으로 인한 밀레니엄 세대의 첫 주택 구입은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준 최 객원기자>
주택 개발 업체들이 건축비 상승을 탓하며 저가대 주택 건설에 나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