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우선 고용정책’ 탓
추가서류 요구 사례 속출
저임금 업체 점점 어려워져
한인 업체를 통해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신청했던 A씨는 7개월이 다 되도록 비자승인을 받지 못해 OPT(유학생 졸업 후 취업연수 프로그램)로 일했던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운 좋게 비자추첨에 붙었을 때만해도 A씨는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지난 10월부터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A씨의 예상은 이미 빗나갔다. 여기에다 지난 달 이민당국의 ‘추가서류요청’(RFE)까지 받아 A씨가 비자승인을 받기까지 몇 개월이 더 걸릴지 알 수 없어 A씨의 직장복귀는 해를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우선 고용정책’(Buy American Hire American)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까다롭고 엄격하게 비자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절반에 달하는 45%의 H-1B 신청자들이 ‘추가서류요청’(RFE)를 받고 있어 해를 넘겨 비자심사를 받아야 하는 신청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0만명에 가까운 신청자들 중 운 좋게 추첨에 걸려도 심사를 통과해 H-1B 비자를 받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A씨와 같이 비교적 임금수준이 낮은 소수계 업체나 중소 영세업체에 취업해 비자를 신청했다면 비자받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민당국이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레벨 1’ 신청자에 대한 비자심사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이민변호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 문제없이 승인되던 케이스들이 올해는 대부분 RFE를 받고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민변호사들 조차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RFE 통지가 레벨1 임금수준에 해당하는 소수계 업체나 중소 영세 업체 신청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 없이 엄격해지고 있는 H-1B 심사로 인해 RFE통보를 받은 신청자들은 보충서류를 제출하고서도 비자 승인을 장담하지 못한 채 불안해하고 있다.
또 다른 이민변호사는 “RFE 통보를 받고서도 신속하게 보충서류를 제출하기가 어렵다. 이민당국이 문제 삼는 포인트를 파악하기 어려워 주위 사례를 살펴가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H-1B 비자 받기는 내년에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뿐 아니라 민주당조차 고임금 업체에 우선적으로 H-1B 비자를 배정하는 새로운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영세업체가 대다수인 한인 업체들의 H-1B 직원 채용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조 로프그렌 의원이 지난 해 H-1B 노동자에게 임금을 많이 주는 기업에 비자 우선권을 부여하는 ‘고급인련 이민자 공정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기업들의 임금 수준을 4단계로 분류해 적정임금의 150∽200% 이상을 지급하는 기업에 우선권을 줘 사실상 비자 발급을 보장해주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은 적정임금 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는 대기업들이 H-1B 비자 우선권을 가지게 하는 셈이어서 중소 영세업체 취업자들이 H-1B 비자를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김상목 기자>